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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의대를 보유한 대학은 총 40곳. 이번 증원 신청에선 한 곳도 예외 없이 모두 증원을 신청했으며 신청 규모는 3401명이다. 의대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KAMC)가 각 대학 총장들을 만류하며 적정 증원 규모로 350명을 제시했지만, 대학 총장들의 생각은 달랐던 셈이다.
예상치를 넘어선 증원 신청은 대학 간 경쟁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일하게 의대를 보유한 경쟁 대학들이 증원을 신청하는 마당에 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특히 전공의·의대생들의 반발로 ‘이번 아니면 증원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40개 대학 전부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의대 규모가 커지면 부속병원을 키울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교육에 재투자할 수 있다. 의대와 부속병원 위상이 커지면 대학 전체 위상이 제고된다는 점도 대학들의 증원 신청 수요를 견인했다. 작년 수요조사 때보다 증원 규모를 더 키워 신청한 한 국립대 관계자는 “우수 인재가 많이 몰리는 의대는 대학 명성, 대학 발전과 직결되는 학문 단위”라며 “정부가 증원을 해준다는 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증원 신청 규모가 3401명에 달했지만 정부는 이 중 1401명을 제외하고 2000명만 배정할 방침이다. 의대 총정원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대학에 배분할 증원 규모는 2000명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교육부는 이르면 이달 말 대학별 배정 규모를 확정한다. 이는 당장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기에 의학 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의사단체가 증원 반대를 위해 내세우는 대표 논리가 교육의 질 저하다. 수도권 대학의 한 의대 교수는 “정원을 늘린다면 의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며 “예컨대 해부학 실습 과정에서 필요한 카데바(시신)나 조교 등 교육 자원에 대한 지원이 필수”라고 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공무원 정원을 결정하는 행정안전부가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증원’을 공언한 게 대표적이다. 행안부는 교육부·복지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과 필요 교수 인원을 통보하면 국립대 교수 증원 작업에 착수, 오는 6월 이를 확정할 방침이다.
사립대의 경우 학교법인의 투자 의지가 관건이다. 정원 70~80명 규모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30명 정도 증원할 여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증원을 신청했다”며 “국립대 교수 충원 등은 정부가 지원하지만 사립대는 자체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기에 이를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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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이번 증원 신청과 함께 향후 대학들의 의대 운영·투자계획도 제출받았다. 작년 1차 수요조사 때보다 더 많은 증원 규모를 신청한 대학에 대해선 교육역량을 확인하고 정원을 배정한다. 정원 배정 후에는 사립대에 대한 지원 대책도 강구할 방침이다.
현재 의대를 보유한 40개 대학은 의료법·고등교육법에 따라 주기적으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의대 교육과정을 평가·인증받아야 한다.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모집정지에 이어 의대 폐지 처분까지 받게 된다. 2018년 의대가 폐지된 서남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학교육 발전을 위한 사립대 지원책도 검토할 것”이라며 “당연히 교육역량을 확인하고 정원을 배정할 것이며 증원받은 대학들도 의학교육 인증을 받지 못하면 학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기에 교육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에 증원된 정원은 지방·소규모 의대에 우선 배정될 전망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되 각 대학의 수요와 역량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의대 40곳 중 정원 50명 미만의 의대는 총 17곳이다. 이 가운데 지방 소재 의대는 동아대(49명)·대구가톨릭대(40명)·강원대(49명)·건양대(49명)·을지대(40명)·충북대(49명)·울산대(40명)·제주대(40명) 등 12곳이다. 아주대(40명)·성균관대(40명)·인하대(40명)·가천대(40명) 등 수도권 소규모 의대에도 정원이 추가 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