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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으로 내집 마련?"…그런 경매는 없다

양희동 기자I 2013.12.04 18:21:23

경매시장의 '허와 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82%..입찰 경쟁도 치열
시세보다 비싼 고가 낙찰 위험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매 입찰자가 늘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상승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세보다 비싸게 낙찰받아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에 응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지지옥션>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동부지법에서는광진구 광장동 광장현대3차아파트(전용면적 85㎡) 한채가 경매에 부쳐졌다. 감정가 5억8500만원인 이 아파트는 한 차례 유찰을 거쳐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가의 80%인 4억640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역세권 단지로 올림픽대교와 인접한데다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중소형이라 13명이나 응찰했다. 치열한 경합을 뚫고 임모씨가 이 아파트를 5억5641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부동산114)는 5억1000만원(4억7000만~5억5000만원)으로 임씨는 경매로 집을 사고도 매매보다 비싼 값을 치르게 됐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저 낙찰가격이 전셋값 수준으로 떨어진 중소형 저가 매물이 심심찮게 나오면서 경매 초보자들까지 경매 법정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경매시장의 인기몰이 속에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동반 상승하면서 시세보다도 비싼 값에 낙찰받아 손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4일 부동산경매 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1.66%로 지난 8월(77.38%)에 비해 4.28%포인트 높아졌다. 감정가 3억원짜리 아파트를 8월에는 2억3214만원이면 낙찰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달에는 1000만원 이상 비싼 2억4498만원에 매입할수 있다는 뜻이다. 낙찰 경쟁도 치열하다. 아파트 경매 물건당 응찰자 수가 6.18명에서 7.14명으로 늘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지난 10월 이후 80%를 넘으며 고가 낙찰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부동산태인·단위:%>
인천의 경우 서울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대거 옮겨오면서 경매 낙찰가율이 8월 77.27%에서 81.65%로 높아졌다. 입찰 경쟁률도 7.37대 1에서 9.38대 1로 급등했다. 아파트 경매 1건당 평균 9명 이상이 응찰한 셈이다.

지난달 인천지방법원 경매에 나온 인천 계양구 병방동 학마을 한진아파트(전용 49㎡형)의 경우 무려 33명이 입찰에 참가해 감정가(1억4400만원)의 94.6%에 달하는 1억3627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현재 평균 매매가는 1억4000만원으로 낙찰가와 차이가 없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는 매매에 비해 소유권 이전 절차가 복잡한데다 거주자를 내보내는 ‘명도’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급매물보다 무조건 싸게 낙찰받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감정가는 최소 6개월 전에 책정된 가격이라 현재 매매가와 차이가 있는 만큼 정확한 시세 파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기지역도 서울과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경매 참가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0월 한달간 입찰자 수가 6000명에 육박했고, 11월 낙찰가율은 82.1%에 이르고 있다. 성남지원에서 지난달 경매에 부쳐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5단지 전용 84㎡형 아파트의 경우 39명이 몰려 감정가(6억6000만원)보다 비싼 6억6010만원에 낙찰됐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경매 물건은 현 시세보다 30%정도는 싸게 낙찰받아야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입지가 좋은 중소형 아파트는 입찰자가 몰려 고가 낙찰의 위험도 있는 만큼 스스로 설정한 적정 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응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저 경매가격이 전셋값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세 수준으로 낙찰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안산지원에서 지난해 4월 첫 경매에 부쳐진 이후 두번 유찰된 시흥시 은행동 은행녹원아파트(전용 56㎡형)는 지난 9월 세번째 경매의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가(1억4000만원)의 반값도 되지 않는 6860만원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8500만원 수준으로 소위 ‘전셋값으로 장만할 수 있는 경매 물건’인 셈이었다. 하지만 막상 경매가 시작되자 38명이 달라붙어 실제 낙찰가는 감정가의 80% 수준인 1억1211만원까지 치솟았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경매시장에서 전셋값 수준으로 아파트를 낙찰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유찰이 2~3번 이상 돼 최저낙찰가격이 반값 이하로 떨어진 경우는 대부분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는 만큼 물건 분석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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