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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 피바람' 사우디…의문의 헬기 추락으로 왕자 1명 사망

방성훈 기자I 2017.11.06 15:19:27

만수르 왕자, 숙청 이틀 째 예멘 국경 비행하다 원인불명 추락사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 각종 의혹·음모론 제기

만수르 빈 무크린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사진=알 아라비아 트위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 서열 1순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反)부패 척결을 빌미로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들에 대해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가 5일(현지시간)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헬기가 추락한 원인이 공개되지 않아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우디 현지언론 및 NBC 등은 만수르 왕자가 부주지사로 재직 중이던 사우디 남부 아시르주 관료들의 말을 빌려 헬기가 예멘 국경 인근을 비행하다가 추락했다고 전했다. 헬기엔 만수르 왕자와 정부 고위 관료, 아시르주 관료 등이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헬리콥터 잔해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추락 원인에 대해선 아직까지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사우디 현지언론 및 외신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 정부가 예멘 반군이 리야드 킹 칼리드 공항을 목표로 쏜 탄도미사일을 상공에서 격추시켰다고 발표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추락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가 예멘 국경 인근을 비행하고 있었던 만큼 예멘 반군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매체는 전날 또 다른 왕자 압둘아지즈 빈 파하드가 사우디 당국의 체포 시도에 맞서 총격전을 벌이다 부상을 입고 사망한 것과 관련, 만수르 왕자 역시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압둘아지즈 왕자는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밀려 지난 6월 폐위된 모하메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만수르 왕자는 무크린 전 왕세자의 아들이다. 숙청을 주도하고 있는 모하메드 왕세자의 아버지 살만 국왕은 지난 2015년 즉위하면서 무크린 당시 왕세자를 부패 혐의로 폐위시키고, 모하메드 왕세자를 제1왕세자로 책봉했다. 살만 국왕은 또 올해 6월 당시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던 조카 빈 나예프 왕세자의 모든 공적 지위를 박탈하고, 2순위였던 자신의 아들을 1순위로 격상시켰다. 이후 모하메드 왕세자는 반대파 탄압에 공세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전날 반부패위원회를 구성하고 몇 시간 만에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여기엔 ‘중동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 리야드 주지사를 지냈던 투르키 빈압둘라 왕자 등 왕족 11명이 포함됐다. 군부 핵심인사인 미텝 빈 압둘라 국가방위부 장관도 이날 경질돼 군 동원 반란 가능성도 원천봉쇄됐다. 이에 외신들은 모하메드 왕세자의 숙청 작업을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비유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모하메드 왕세자의 숙청 작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달 29일 비밀리에 사우디를 찾아 모하메드 왕세자와 새벽까지 밀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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