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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가격전쟁 '꼼수'가 되지 않기를...

임현영 기자I 2015.03.18 15:09:36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힘 빠지는 뉴스만 들리던 유통가에 간만에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대형마트 간의 `가격전쟁`이다. 지난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사는 ‘최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신호탄은 홈플러스가 쐈다. 지난 10일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내세운 ‘신선식품 500개 최저가 정책’이 그 발단이다. 주요 신선식품 500개를 선정해 연중 시세보다 1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뜻이다.

여기 발끈한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가 가세하며 판이 커졌다. 최저가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행사 전날 전단지를 입수해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추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가격 경쟁, 낯선 일은 아니다. 가격경쟁력이 곧 브랜드 파워를 의미하는 대형마트가 늘 해오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불황의 여파로 할인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365일 세일이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10원이 아까운 시절에 서로 깎아주겠다고 싸우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이번 가격전쟁을 통해 가격이 내려간 제품이 많다. 딸기의 경우 홈플러스 처음 전단지에는 1.4kg짜리 가격이 1만원이었지만, 경쟁사와의 줄다리기 끝에 8800원으로 내려갔다. 같은 제품이 하루 새 12%나 저렴해진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시큰둥한 반응도 나온다. 가격 경쟁하겠다고 떠들썩하기만 할 뿐, 정작 마트에서 장 보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도대체 얼마나 할인됐다는 건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다는 후문이 들린다. 지나치게 적은 한정수량 탓에 할인 혜택을 받기 힘든 경우도 많다. 예전보다 값은 싸졌는데 신선도가 떨어지는 제품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격만 낮추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질 낮은 상품을 쓰거나 양을 줄이는 꼼수를 써도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요란하게 시작한 대형마트의 ‘가격전쟁’이 빈 수레가 되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품질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가격은 내리면서도 품질은 더 높이는 전쟁이 돼야 한다. 써 붙인 숫자에만 함몰되는 전쟁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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