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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고용시장’에 연준 관망세 이어질 듯
시장의 최대 관심은 12~13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시장에선 이번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5.25~5.50%)으로 동결할 것을 확실시하면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와 함께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을 통해 내년 연준의 움직임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되는 만큼 파월 의장은 이번 회견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거뒀는지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최근 인플레이션 하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하에 대해선 기존의 신중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데이비드 윌콕스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건 곤란한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하락했다는 증거가 축적되면 통화정책을 완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시장에선 5월 인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1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ME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3월 이전, 5월 이전에 금리를 낮출 확률을 각각 43.7%, 77.4%로 보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고용보고서에서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관망세가 다소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피터 카르딜로 스파르탄캐피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마무리됐지만 내년 1분기 말 연준이 조기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채권시장 기대는 (고용보고서로) 꺾인 게 분명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ECB·영란은행은 2분기 인하에 무게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은 14일 나란히 통화정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ECB와 영란은행 역시 이번 회의에선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ECB가 조금 더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파)에 기울어 있다. 1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CPI 상승률이 2.4%(전년 동월 대비)까지 하락, 물가 목표(연 2%)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3분기 독일 등 역내 주요국 경제가 역성장하면서 고금리 유지에 따른 부담도 커졌다.
지난주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7%가 ECB가 내년 7월 이전에 금리 인하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앤드루 케닝햄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ECB가 얼마나 이른 시점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낮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조기 금리 인하를 시사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파)적이라고 꼽혔던 영란은행은 내년 중순 정책 전환을 시작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영국 역시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 데다가 경기가 냉각되면서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란은행이 내년 8월부터 2025년 중반에 걸쳐 현재 5.25%인 기준금리를 3.00%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휴 필 영란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달 한 행사에서 내년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무리한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며 “긴축 정책을 지나치게 오래 유도하면 경기 침체를 유발하고 경제를 과도하게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