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혼식을 마치고 행진하던 도중 웨딩드레스가 흘러 내려가는 사고가 발생했고 결혼식은 엉망이 됐다. 알몸을 드러낸 화영은 1000명의 하객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하는 동시에 등에 있던 커다란 관세음보살 문신을 노출했다. 기독교 장로로서 교회에서 화영을 손주며느리감으로 점찍었던 신랑 할아버지는 문신에 큰 충격을 받는다. 결국 화영은 파혼 위기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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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이 소를 취하하지 않고 계속 소송에 나섰다면 332억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드레스 사고에 신부 과실도 인정 가능성
이 사건에서 대현호텔이 화영 측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 민법 756조는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제 3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사용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애초 재단한 웨딩드레스를 직원이 훼손했고, 이를 팀장급 직원이 화영에게 알리지 않고 다른 드레스로 바꿔 지급했기에 회사는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핵심은 책임의 범위다. 일단 드레스가 흘러내는 사고 상황에 대한 과실부터 따져봐야 한다. 호텔 측이 흘러내릴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지급한 것은 맞기에 우선적으로 드레스가 흘러내린 상황을 둘러싼 과실만 놓고 판단해야 한다.
화영은 정상적으로 결혼식을 치르다가 막판 행진 시에 드레스가 흘러내렸다. 신랑과 행진을 하던 화영이 하객석에 있던 연인을 바라보다 신랑과 떨어졌고 신랑을 뒤늦게 따라붙는 과정에서 스스로 웨딩드레스 치마를 밟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호텔 직원이 예비신부로 가장한 우영우 변호사와의 상담 중에 “재단한 웨딩드레스는 절대 벗겨지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고에서 화영의 과실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더욱이 화영 측이 파혼(가능성)에 대한 손해배상도 요구하는 상황임을 가정하면, 파혼에 대한 책임을 호텔 측에 온전히 묻기도 쉽지 않다.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가 벗겨졌다고 파혼당할 것이라 예상하긴 쉽지 않다”며 “직원들, 더 나아가 호텔에 파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묻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에서 드레스 흘러내림이 초래한 손해에 대한 산정을 우선적으로 하고, 그 이후에 화영 측과 호텔 측의 과실비율을 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 같은 통상손해 산정에 그치지 않는다. 화영 측은 드레스가 흘러내림으로써 초래한 △결혼식 혼란 △파혼(가능성)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외에 332억원 특별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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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바꿨다고 332억 청구? 비상식적”
특별손해가 인정되기 위해선 증여 계획의 진실성과 대현호텔 측이 ‘결혼 시 도곡동 토지 증여’를 인지했던 점이 인정돼야 한다. 우선적으로 증여 의사가 확정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약정서 등이 작성되지 않고 구두로만 이뤄진 경우엔 대현건설 측에서 확정적 의사라는 점을 부인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화영이 애초 결혼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기에 호텔 측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도곡동 토지 증여 계획에 대한 인지 여부는 핵심 쟁점이다. 신랑의 삼촌이기도 한 대현호텔 사장은 상견례 자리에 함께 했기에 증여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사용자 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특별손해가 인정되기 위해선 직접 잘못을 저지른 직원들도 증여 계획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드라마 상에선 직원들이 화영의 증여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결국 특별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 증여 계획을 전혀 몰랐고, 단순히 웨딩드레스를 몰래 바꿔놓았던 직원들에게 수백억원의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별손해 인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엔 화영 측과 호텔 간의 법정싸움이 발생할 경우 조정을 통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호텔 측이 결혼식 비용과 위자료 등 2억 4000만원가량을 배상하겠다고 적극적인 피해 보상 의지를 표명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중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판결이 나더라도 호텔 측이 제시한 액수 이상의 배상액이 나올지는 미지수”라며 “실제 소송이 진행된다면 법원이 화영 측에 특별손해 인정이 어렵다고 언질을 준 후 적극적으로 조정을 유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