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日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47%가 비정규직

방성훈 기자I 2022.06.09 15:06:16

5~9년 외국인 근로자도 36%가 비정규직
10년 이상 일해도 월급은 1~2년차 1.5배 그쳐
"대졸자 정규직 채용관행 탓…해외 인재 유치 걸림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47%가 비정규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사진=AFP)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해 일본 내 풀타임 외국인 근로자는 총 172만명으로 이 중 47%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능실습 등을 통해 5~9년 장기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 중에서도 36%는 비정규직이었다. 같은 근속 기간의 일본인 비정규직 비중은 16%로 절반 이하에 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들이 정규직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고등학교·대학교를 갓 졸업한 경우로 대상을 한정하는 고용관행 때문”이라며 “대부분이 중도 입사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불리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승진하기 힘든 데다 임금도 적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엔 적은 임금으로 일본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해외 인재들이 일본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속 10년 이상의 비정규직 외국인 근로자의 월급(상여금 등 포함)은 1~2년차 외국인 근로자의 1.5배에 그쳤다. 10년 동안 더 일해도 월급은 절반밖에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정규직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2.2배로 뛰어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전체 외국인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은 30만 7000엔(약 288만원)이었지만, 비정규직이 많은 탓에 90% 가량은 이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은 경기가 후퇴하거나 침체될 경우 직장을 잃기도 더 쉽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몬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 6월 외국인 구직자 수는 전년 동월대비 1.89배 증가했다. 이는 일본인의 1.15배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약 30년 동안 일본에서 지낸 한 브라질 남성(63)은 “파견 직원으로 수십개 직장을 전전했다. 한 자동차 제조업체에는 한자를 읽지 못한다며 정규직 채용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한 달에 15만엔(약 141만원)을 벌고 있다. 주택 대출금 1400만엔(약 1억 3100만원)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신규 졸업자라면 외국인이더라도 일본인과 대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시가와 유우 국제관계 부장은 “20대 대졸 전문직 또는 엔지니어의 경우 일본인과 유의미한 임금 격차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일괄 채용과 장기 고용을 전제로 하는 일본 기업의 임금 체계는 처우면에서 외국인에게 불리해지기 쉽다”고 인정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