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창업·빠른 성장 원하는 투자자 성향 맞아 떨어져”
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은 22개사로 나타났다. 2021년말 18개사보다 7개사가 늘어났지만 △쏘카(코스피 상장) △에이프로젠(인수·합병) △티몬(인수·합병) 등 3개사가 유니콘 기업을 졸업하면서 4개사가 순증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7개사가 업종별 특성은 다르지만 모두 애플리케이션에 기반한 플랫폼사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메가존클라우드(클라우드 서비스) △시프트업(모바일 게임 개발) △아이지에이웍스(빅데이터 플랫폼) △여기어때(O2O 서비스) △오아시스(신선식품 새벽배송) △트릿지(데이터 및 무역 플랫폼) △한국신용데이터(소상공인 전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이다.
기존 유니콘 기업을 포함한 국내 22개사 중에서도 △엘앤피코스메틱(화장품) △지피클럽(화장품) △A사(도·소매업)를 제외한 19개사가 앱 기반 플랫폼 기업이다다. 핀테크나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등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유니콘에 오르는 글로벌 추세와 대조된다.
업계에서는 유니콘 기업 중 플랫폼 사업자가 많은 이유가 창업자와 투자자의 성향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고 창업이 쉽다. 소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급격한 성장도 가능하다”며 “투자자가 볼 때도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험이 큰 기술이나 제조 기반에 비해 관심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영역이 국내에 국한되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자가 글로벌 기업이나 다른 플랫폼사가 아닌 국내 중소기업·자영업자인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나 모바일 게임, 빅데이터 등은 이같은 문제에서 비껴갈 수도 있지만 전자상거래나 부동산중개, 새벽배송 등은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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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자율적으로 키우되 다른 분야의 성장을 독려해 유니콘 기업의 다변화를 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산업 구조적 측면이라 정부 정책으로 플랫폼 기업 일색인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플랫폼 성장은 할 수 있도록 두면서도 바이오나 첨단 제조 기업들을 끊임없이 육성하고 글로벌화를 위한 수출 지원을 하면서 다른 분야들을 지속적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의 무분별한 성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는 “플랫폼은 옛 재벌 그룹의 문어발식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이 커지는 데 따른 반작용을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우리도 재무적 가치나 수익성만 높게 보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공헌도를 볼 수 있도록 자율규제나 내부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장기적으로 플랫폼 이외에 세계시장에 진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 유니콘기업의 다변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초격차 창업기업 1000+ 프로젝트’다. 10대 신산업 분야의 기술기반 창업기업을 선정해 향후 5년간 민관 합동으로 2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다만 플랫폼 일변도의 상황과 별개로 지난해 국내 유니콘 기업의 성장세를 도드라졌다는 평가다. 우선 복합 경제위기로 글로벌 유니콘 탄생이 2021년 539개사에서 지난해 258개사로 52.1% 줄어든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연간 최다였던 2021년과 동일하게 7개사가 유니콘에 진입했다. 지난해 국내 유니콘 졸업기업은 연간 최다인 3개사로, 글로벌 유니콘 졸업이 142개사에서 38개사로 73.2%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스타트업들에게 특히 어려운 한 해였음에도 국내 유니콘기업 탄생뿐 아니라, 졸업도 가장 많았다”면서도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벤처캐피탈에 투자촉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술보증규모도 확대했다. 민간 벤처모펀드, 복수의결권 도입도 조속히 추진해 유니콘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