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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시아 제재에 美 동맹국 동참 줄이어…韓 "협의중"

정다슬 기자I 2022.02.23 15:10:41

바이든 “EU·일본·호주 등 동맹국들과 러 제재”… 한국은 빠져
韓 러시아 10대 교역국…대러관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에 접하고 있는 남부 벨라루스 지역 마지르 인근 볼쇼이 보코프 비행장을 찍은 맥사 테크놀로지의 인공위성 사진.(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 독립을 승인하자 미국을 비롯한 우호국들이 ‘침공행위’로 규정하며 대(對)러시아 제재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동맹으로서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대외경제은행(VEB)을 비롯해 은행 두 곳을 서방에서 전면 차단하는 등 자금 조달에 제약을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지도층과 가족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국가 채무에 관한 포괄적 제재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독일 역시 러시아와 자국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고, 영국은 러시아 은행 5곳과 재벌 3명을 대상으로 자국 내 자산동결, 영국 개인·기업과 거래 금지, 입국금지 등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가입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파리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러 신규 제재 관련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친러 세력 독립 승인에 관여한 러시아 하원 등 개인은 물론 의사 결정권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은행, 돈바스 지역 기업 등이 제재 대상이다.

캐나다 역시 이날 1차 경제제재를 부과하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호주인들은 항상 불량배들에게 맞선다. 우리는 러시아에 맞설 것이다”라며 대러 금융제재를 발표했다.

일본 역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독립 인정 등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의 독립 인정 지역의 △관계자 비자 발급 중단·자산 동결 △수출입 금지 제재 △러시아 정부에 따른 새로운 국채의 일본 발행, 유통 금지 등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의 주권과 영토적인 완결성 보존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지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 지에 대해 미국과 많은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노력이 대러시아 제재 동참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도 있고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로서는 대러시아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직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어 종합적이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무역 규모는 273억달러로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10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현대,삼성, CJ, 아모레퍼시픽 등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이 러시아에 진출해 있다.

전날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비롯해 군사적 조치에 대한 우려나 규탄 등은 없었다. 대신 “우리 정부는 관련 당사자들이 국제법과 민스크협정 등을 존중하면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제재 동참 요구는 없었는지, 있다면 우리 정부 역시 이에 응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부 역시 대다수 국제사회와 함께 긴장감을 가지고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만 답했다.

다만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대러시아 제재에 합류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다음 카드로 수출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침공이 지속되면 수출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많은 국가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규제는 동참하는 국가가 없으면 효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는 에너지 의존적인 경제를 탈피하고 제조업을 육성,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등 제조업 기술이 뛰어난 나라들과의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가 직접 제재에 나서지 않더라도 미국이 과거 화웨이를 제재하는 방식으로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3국 반도체 회사들과 러시아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 역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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