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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공화당, 푸틴·시진핑에 놀아나…부채한도 합의해야”

김겨레 기자I 2023.04.25 14:35:37

힐러리 클린턴, NYT 기고문
“美디폴트 땐 달러 위상·미국 리더십 흔들”
“中, 미국식 민주주의 비난 논리 강화할것”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공화당을 향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손에 놀아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해주지 않아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달러의 국제적 위상이 흔들리게 되고,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득이 된다는 취지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공화당은 미국의 신용을 볼모로 잡는 것을 멈추고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부채 한도를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힐러리 전 장관은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러시아나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등 달러를 이용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공화당의 부채 한도 증액 거부는 달러의 위상과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행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힐러리 전 장관은 “의회가 계속해서 디폴트를 두고 장난을 친다면, 중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달러를 기축통화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부채 한도를 두고 싸우는 것은 미국의 신용과 달러의 영향력을 훼손하기에 시진핑과 푸틴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채 한도 증액 협상 지연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뿐 아니라 중국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비난하는 논리로 쓰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 고위 관리들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 중국 선전가들은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그들의 권위주의 시스템을 자랑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의 부채 한도 상향을 반대하면서 자신들을 중국에 대해 강경한 매파로 규정하는 것은 슬픈 아이러니”라며 “결국 중국 공산당에 승리를 안겨주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1월 법정 한도인 31조4000억달러(약 4경2000조원)에 도달했다. 미 재무부는 디폴트를 막기 위해 특별조치를 시행, 오는 6월까지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다. 미 의회예산국은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이르면 7월 연방정부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을 조건으로 내년 연방정부의 지출 1300억달러(약 172조원) 삭감을 주장하나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채 한도 협상과 재정 문제는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011년에도 미국은 막판까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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