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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짜리를 40원에..삼성물산 합병, 문제 있는 거래”

이명철 기자I 2015.10.02 18:29:01

한화證 리서치센터장 "사장도 지시..내부 검토해 합병 반대"
“단기 실적보다 기업 경쟁력 봐 … 남은 애널 뜻 같아”

한화투자증권 본사 사옥 전경.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100원짜리 기업을 40원에 가져간다는 계산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봤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003530) 리서치센터장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진형 사장의 지시가 있어 삼성물산(028260) 합병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센터장은 매도 의견 확대, 읽기 쉬운 보고서 등 그간 리서치센터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추진에 대해 유일하게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주 사장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판단했고 리서치센터에서 검토한 결과 이치에 맞지 않아 보고서를 쓰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화그룹측에서 합병 반대 보고서 쓰는 것을 반대했다고 언급했다. 모그룹의 압력이 있었지만 주 사장과 리서치센터의 뜻이 맞아 이례적인 보고서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당시 삼성물산이 뜨거운 화제였기 때문에 고객을 위해서라면 (보고서를 쓰는 것이) 맞다”며 “100원짜리를 40원에 가져가기 때문에 (합병이) 안 될 수 있다고 했고 만약 합병을 하면 손해여서 (삼성물산 주식을) 팔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고서에 삼성의 오너 이름이나 거래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라는 등의 언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결국 합병이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100원이라는 판단은 굉장히 많은 기관들이 했는데 40원에 가져간다는 것에 대해 삼성물산 주주는 당연히 반대하는 게 옳다고 봤다”며 임시주주총회 당시 합병 찬성이 예상 외였음을 술회했다.

지난해 7월 우리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IO)로 있다가 자리를 옮긴 김 센터장은 “주 사장과는 알지 못했던 사이였다”라며 “기관영업이 앞으로 축소될 테니 개인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업무를 함께 추진해나가자는 제안에 끌려서 오게 됐다”고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이직 후 리서치센터 변화와 관련해 “언론인 출신으로 편집국을 구성하고 철학과 교수에게 논술교육을 받으며 리포트 뼈대를 만드는 법부터 배웠다”며 “그동안 공부했던 경험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주 사장 퇴임 후에도) 갑자기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 등 정보업체에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료 접근성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추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보고서를 쓰는데 고생했기 때문에 고객 아닌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게 맞지 않다고 봤다”며 보고서 질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인원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매도 의견 보고서 때문에 많이 떠났지만 남은 인원들은 뜻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것”이라며 “인원을 뽑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없어서 못 뽑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철학이 맞지 않거나 부사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주 사장의 퇴진설과 직원들의 항명사태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열려 이목이 집중됐다. 김 센터장은 이날 투자자 레터를 통해서도 매도 보고서 작성과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 인재 채용 노력 등을 소개하며 회사 내홍에 대한 고객 우려 진정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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