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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5월인데 벌써 40℃…지구촌 곳곳서 때이른 폭염

박종화 기자I 2023.05.16 14:33:08

中베이징 이틀째 폭염경보…첫 경보 전년比 3주 빨라
베트남˙라오스 등 최고온도 경신…태국은 체감 50℃
북미도 美 일부 폭염주의보에 캐나다 동시다발 산불
"올해는 슈퍼 엘니뇨까지 겹쳐"…이상기후 우려↑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16일 국내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 지구촌 곳곳에서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슈퍼 엘니뇨’가 다가옴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기후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이날 포틀랜드의 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3℃까지 올라갔다.(사진=AP·뉴시스)


16일 중국 중앙기상대는 베이징의 낮 최고기온이 전날 35℃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36℃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또 산둥성 지난을 비롯해 중국 내 대다수 지역에서 이날 낮 최고기온이 이날 35℃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과 지난에는 전날부터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올해 중국의 첫 폭염 경보는 지난해(6월 5일)보다 무려 3주나 빨리 발령됐다.

때아닌 불볕더위는 비단 중국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유럽·북미 지역의 많은 국가들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CNBC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베트남 북부 뜨엉즈엉의 한낮 온도는 44.2℃까지 치솟았다.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온도다. 전날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도 기온이 43.5℃까지 올라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태국 방콕에서도 지난주말 동안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졌다. 습도 등을 반영한 체감 온도로는 50℃가 넘었다.

스페인 정부는 30℃를 웃도는 폭염에 야외작업을 금지했고,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등 미국 북서부에서도 주말 동안 기온이 평년 대비 11℃ 넘게 오르면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또한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에선 이상고온 현상으로 90건 가까운 산불이 발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기후를 엘니뇨의 전조 현상으로 보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중·동부 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지에선 폭염과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남미나 서아프리카에선 홍수 위험성이 커진다. 한반도의 경우 엘니뇨 영향력이 커지는 여름과 초겨울 큰비가 잦아진다.

특히 올해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슈퍼 엘니뇨는 수온이 평년대비 1.5~2℃ 등 크게 높아져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는 경우를 뜻한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엘니뇨로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5℃ 이상 상승,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기상청에서 장기 관측을 맡고 있는 아담 스카이페는 “기후변화로 엘니뇨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두 현상이 합쳐지면 다음 엘니뇨가 닥쳐올 때 전례 없는 폭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의 이상기온이 밥상 물가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태국 정부는 폭염·가뭄 탓에 2기작(1년에 같은 작물을 두 번 심는 것)을 포기하고 올해 벼농사를 한 번만 지을 것을 농가에 권고했다. 태국 방콕타임스는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동남아시아의 가뭄으로 올해 팜유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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