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에서 약 2년째 24시간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 중인 박종대(50·남)씨는 정부의 방역패스 확대 적용 발표 이후 단골손님으로부터 쏟아지는 ‘환불 문의’에 한숨을 내쉬었다. 손실액 1500만원 중 겨우 10만원 보상받았다는 박씨는 “방역지침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직원을 고용하면 한 달에 최소 700만원이 더 들어간다”며 “여태 업주들이 순순히 잘 따라줬는데 정부가 도움은 못 줄망정 불난 데 기름을 끼얹어 모두 악에 받쳐 있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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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점포에서 ‘방역패스’ 확인?…“전형적인 탁상행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부터 4주 동안 사적모임 허용 인원이 수도권은 6인, 비수도권은 8인까지로 제한된다. 또 기존에는 유흥시설·노래연습장·실내체육시설·목욕장업·경마 등 카지노 업종에만 방역패스가 제한적으로 적용됐는데, 이날부터는 식당·카페·학원·영화관·공연장·독서실·스터디카페·도서관·멀티방·PC방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 완료일로부터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 등을 제시해야 한다. 내년 2월부터는 12~18세 청소년들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
하지만 무인 점포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에게 ‘방역패스 검사’는 영업 방식을 바꾸라고 통보받은 것과 다름없다. 7일간 계도기간이 있지만 주어진 기간 안에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스터디 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49·여)씨는 “투잡이라 24시간 내내 카페에 있을 수 없어서 폐쇄회로(CC)TV 통해 떠들거나 규칙을 어기는 손님들을 보면 즉시 문자를 보내 퇴실 조치할 만큼 철저하게 관리한다”며 “매출도 반의 반으로 떨어지고 간신히 마이너스만 면했는데 정부는 키오스크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간도 안 주고 더는 참을 수가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키오스크 설치와 개발을 담당하는 한 기업 관계자도 “질병관리청에서 사람들의 건강 데이터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이메일 문의를 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정보를 오픈해준다고 해도 연동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무인점포 사장님들이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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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카페 등 필수이용시설은 1명이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그밖에 대부분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역패스가 반드시 필요한 탓에 이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상점·마트·백화점·결혼식장·장례식장·놀이공원·전시회·박람회·종교시설 등 14개 업종은 시설 출입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방역패스 적용을 받지 않아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혼자 분식점을 운영하면서 주문은 키오스크로만 받는 40대 김모씨는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물 밀듯이 들어오는데 언제 일일이 방역패스를 확인하고 있느냐”며 “마트나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거기는 단속도 안 하고 자영업자만 만만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대씨도 “스터디카페가 고위험시설이면 이해라도 하는데 업종 특성상 다들 말 한마디도 안 하는데 다른 공간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부금 전국스터디카페·독서실연합회 회장은 “이용객이 항상 마스크를 쓰고 혼자 공부하는 장소라서 교회나 백화점, 놀이공원 등보다 안전한 공간”이라며 “매출이 줄어 임대료도 못 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정책을 펴지 말고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