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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면세점 또 느는데"…명품유치 출혈경쟁 발상전환 불가피

김진우 기자I 2016.04.26 14:30:04

정부, 이번주 신규 시내면세점 최대 4곳 추가 유력…서울에서만 최대 13곳 생겨
신규 면세점들 명품 브랜드 유치에 사활걸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안 찾아야
지난해 면세점 매출 1·2위는 K 뷰티 후·설화수…명품 넘어 ''K 브랜드'' 구축할 때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지금도 명품 브랜드의 콧대가 이렇게 높은데 앞으로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겠죠…”. 최근 서울에 신규 시내면세점을 오픈한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시내면세점을 더 늘리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서울에서만 한화(000880)갤러리아63면세점, HDC신라면세점, SM면세점 등 3곳이 문을 열었고 신세계(004170)·두산(000150)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이 5월 개점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이번주 최대 4곳의 시내면세점을 신규로 내주는 방안이 유력해지면서 서울에서만 최대 13곳의 시내면세점이 들어서게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6곳에 불과했던 시내면세점이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신규 사업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시장에 참여한 기업이 갑자기 늘어났지만 인프라는 1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면세사업은 백화점·마트 등 유통채널과는 달리 직접 상품을 매입해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로, 결제수단도 한화가 아닌 달러화다. 면세사업을 운영해 본 경영 노하우와 상품기획(MD) 등 매장 인력, 서비스 시스템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채 신규 사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게다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유치하기 위한 면세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면세점 진출 기업들이 명품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명품의 콧대만 높여주고 있다. 지난 18~20일 한국을 방문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어떤 기업을 방문했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된 게 상징적인 장면이다.

시내면세점이 명품에 목을 매는 가장 큰 이유는 ‘상징성’이다. 명품 브랜드는 국가별 매장 개수를 한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희소성이 면세점의 브랜드 파워를 높여준다는 생각에서다. 또 고가의 명품은 다른 제품군보다 이익률이 월등히 높다. 면세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는 면세점 입장에서 상징성과 수익성 면에서 모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시내면세점이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6월 특허기간 종료로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관세청의 신규 특허 경쟁입찰로 폐점하지 않으면 다른 면세점들은 명품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이 특허를 새로 얻는다면 그곳에 있는 3대 명품이 굳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할 이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럴 때일수록 면세점들이 명품 브랜드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주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한국(K) 뷰티·패션·잡화 제품을 더욱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브랜드 1위는 LG생활건강(051900)의 궁중화장품 ‘후’, 2위는 아모레퍼시픽(090430)의 한방화장품 ‘설화수’였다. 국산 잡화 브랜드인 MCM도 최근 3년 연속 10위권에 들었다. 롯데면세점 본점에서는 후(1309억원)·설화수(921억원)·루이비통(671억원)이, 신라면세점 본점에서는 후(802억원)·설화수(684억원)·헤라(349억원)가 1~3위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위를 기록한 루이비통의 자리를 2015년 K 뷰티가 가로챈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명품을 뛰어넘어 K 브랜드를 구축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도 ‘태후 열풍’ 등 한류(韓流)에 기대 막연하게 관광정책을 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가 줄고 일본·태국으로 간 유커가 늘어난 것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이벤트로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정부의 관광 백년대계가 무엇인지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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