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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월스트르티저널(WSJ)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체 대출의 약 38%가 상위 25위 이외 중소은행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부문별로 살펴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중소형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7%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주거용 부동산 대출 37%, 기업대출에서 28%, 신용카드 대출 27%, 자동차 대출 15% 등의 순이었다. 이는 중소형 은행들이 미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SVB·시그니처은행 사태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까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중소형 은행들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앞으로는 대출을 옥죌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SVB 붕괴가 촉발한 위기는 이미 현실이다. 특정 기관(은행)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유사한 기관(다른 은행)들이 대출에 보다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다. 상당 기간 이러한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의 토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소규모 은행들은 뱅크런(대량 인출) 위험 및 불안정한 자금조달에 대비하기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거나 대출 규모를 줄여 자본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출이 깐깐해지면, 즉 가계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 신용경색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미 경제를 떠받치는 가계 소비가 급감하고, 기업들은 이미 침체된 주식·채권 시장은 물론 은행에서마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투자 및 채용을 줄일 수 있다.
연준이 대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대출 수요가 약화하며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소매판매는 올해 1월 3.2%(전월대비) 증가에서 2월 0.4% 감소로 급반전했다.
이에 올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간 미 경제가 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을 SVB 붕괴 이전 25%에서 최근 35%로 상향했다.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붕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신용·금융 여건 악화가 향후 18개월 동안 미 국내총생산(GDP)의 0.5%를 감소시킬 것으로 추산했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SVB 파산 전까지만 해도 미 경제가 다소 둔화하더라도 성장을 지속하는 노랜딩을 예상했지만, 중소형 은행들의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경착륙 또는 고통스러운 침체를 향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