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송이라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또 2000억 원 규모의 고배당을 추진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SC은행 부행장을 소환해 지난해 결산 배당 규모가 2011년 수준을 넘기지 않도록 주문했다. SC은행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 원의 결산 배당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의 중간배당 1000억 원까지 합하면 모두 3000억 원 규모로 배당이 이뤄지는 셈이다. 금감원은 이번 배당 규모를 1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생각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자본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SC은행의 자본 건전성도 따져봐야 하지만, 국민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SC은행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6.01%로 다른 은행보다 높아 지주사에 대한 배당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이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도 SC은행의 고배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C은행의 배당성향(배당금 총액/당기순이익)은 한국 진출 첫해인 2009년 57.8%에서 2010년 62.0%, 2011년 78.1%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000억 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81.6%에 달했다. KB금융 11.7%, 우리금융 9.4%, 신한금융 20.3%, 하나금융 11.8% 등 국내 은행들의 배당 성향을 훨씬 웃돈다.
SC은행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SC은행은 배당 외에도 경영자문 수수료와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영국 본사로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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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학 SC은행 노조위원장은 “직원 보상에는 인색하면서 주주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면서 “직원들은 분노를 넘어 상실감과 허탈감과 빠져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