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법에 뒤통수 맞아"…여야, 한미 정부 동시 규탄(종합)

박기주 기자I 2022.08.30 16:03:42

외통위·산자위, 美 IRA 규탄 결의문 채택
"미국이 韓 뒤통수 쳤다…정부 뭐 했나"
"WTO·FTA 위배 소지…韓 정부, 적극 협상해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에 대해 30일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가 일제히 이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특히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국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행보를 언급하며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처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재옥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미국이 韓 뒤통수 쳤다, 정부 뭐 했나”…여야 `한 목소리` 질책

국회 외통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미국의 IRA 통과에 대한 우려를 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을 심의 후 채택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과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는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한국산 전기차 5개 모델의 가격이 실질적으로 갑자기 인상되는 셈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외통위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IRA로 대한민국의 뒤통수를 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방한 당시 우리 기업에게 우호적인 이야기를 하고 삼성 등 우리 기업에 협력과 투자를 요청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입법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일본의 경우 IRA 이전부터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해 자국에 불리했던 조항이 다 빠졌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협조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우리도 로비를 했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이제와서 FTA와 WTO 위배 소지 얘기를 하고 시행령 개정 노력 등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주 미국 고위 관료들을 만나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표현했고, 그들 역시 한국의 분노를 알고 있다고 했다”며 “현대차 미국 전기차 공장 완공 시점이 2025년인 만큼 정부가 해당 시설이 정상 가동할 때까지라도 IRA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적극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역시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게 협조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뒤로 뺨을 때린 격이다. 동맹국과의 이익 공유를 도외시하고 노골적으로 미국만의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에 미온적이고 주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관석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산자위는 미국의 수입산 전기차 및 배터리 세제지원 차별 금지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WTO·FTA 위배 소지…韓 정부, 적극 협상해야”

외통위는 앞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미국의 수입산 전기차 및 배터리 세제지원 차별 금지 촉구 결의안’을 바탕으로 위원회 차원의 결의안을 마련, 이를 채택했다.

외통위는 이 결의안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 적용 과정에서 WTO 협정 및 한미 FTA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WTO 협정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해 한국산 전기차가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혜택 등 합당한 대우를 받아 한국의 전기차 및 관련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상 한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등에 대한 비차별적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참석한 산자위원 모두 이 결의안 채택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산자위원들은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글로벌 공급망 협력체에 동참하고 있고,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협력을 재차 확인한 바, 해당 법의 시행은 이와 같은 양국의 경제통상 협력 방향과도 맞지 않다”며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지난 30여 년간 미국 경제 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해 왔고, 최근에는 한국의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해당 법의 시행은 상호호혜적인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대한민국 국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산업 각 분야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분석하고 산업별 대응 전략 및 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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