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이 해외로 나간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연내에 각 기증품을 유물 관리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는 등록 절차를 마칠 예정”이라며 “2025년부터는 국외 전시를 추진하기 위해 몇몇 해외 박물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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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건희 기증품은 2만1613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93%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증 1주년을 맞아 이달 28일까지 진행 중인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지금까지 약 18만7000여 명이 다녀갔을 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이건희 특별전을 소속 박물관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다. 하반기 국립광주박물관(10월 4일~2023년 1월 29일)을 비롯해 내년에는 국립대구박물관(4월 11일~7월 9일), 국립청주박물관(7월 25일~10월 29일)에서도 선보인다. 기증품 조사연구를 위해 올해 말까지 9권의 분야별 목록집도 발간한다. 윤 관장은 “기증품을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국민에게 공개할지가 관건”이라며 “연고가 있는 작품들을 각 지역 박물관으로 보내서 상설전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전시 개편 사업은 하반기에도 이어간다. 지난해 분청사기·백자실에 이어 올해는 낙후된 청자실의 전시 환경을 개선한다. 박물관의 6개 상설전시관 중 관람객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던 기증관도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윤 관장은 “박물관이 소장한 10만 여점의 도자기 유물 중에는 수준 높은 청자 유물이 많다”며 “청자실을 지난해 공개한 ‘사유의 방’에 버금가는 대표 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전시도 마련했다. 상반기에 문을 연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에 이어 하반기에는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이 열린다. 내년 6월에는 세계도자실의 후속으로 ‘그리스·로마실’도 준비하고 있다. 외국 박물관 한국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는 미국 시카고박물관을 비롯해 북미·유럽권, 동남아시아의 주요 박물관 6개관을 신규 지원할 예정이다.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문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안내 서비스도 강화한다.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아바타’가 정보를 제공하고, 오는 11월에는 장애인 특화 교육공간인 ‘장애인 스마트 강의실’도 연다. 윤 관장은 “국민 모두를 위한 박물관,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자 한다”며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국외로 나가는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