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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분기 성장률 21.4% 급반등…"회복세 이어질진 의문"

김보겸 기자I 2020.11.16 13:37:53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성장률에도…'사상 최악' 2분기 기저효과
미국·중국·유럽보다 회복세 더디다는 평가…정부지출에 의존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향후 경제회복 변수 될 전망

일본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이 속보치 21.4%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은 아직이라는 평가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이던 일본 경제가 급반등했다. 다만,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한 2분기에 대한 기저효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16일 일본 내각부는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성장률)이 21.4%(전기대비 연율·속보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치 18.03%을 웃돌 뿐만 아니라 분기 성장률로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네 번째로 높다.

일단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지난 2분기 성장률(-28.1%)의 충격을 털어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사태 발동이 풀리면서 기업과 가계 소비가 재개된 영향이다. 거품 경제가 한창이던 지난 1989년 4분기(10~12월) 기록한 1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일본 경제를 견인한 것은 개인 소비지출이다. 3분기 소비지출은 지난 3개월보다 4.7% 늘었다. 정부 주도의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에 힘입어 지난봄 제한된 외식과 여행 등 서비스 소비가 많이 증가했다. 개인 소비지출은 연간 5조818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일본 GDP의 절반에 해당한다.

정부지출도 소비지출을 끌어올렸다. ‘일본판 재난지원금’에 해당하는 1인당 10만엔 보조금 지급 효과로 가전과 자동차 판매도 지난 3개월보다 4.7% 늘었다. 또 지난 4~6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의료기관에서는 진찰 대기 소동이 벌어졌는데, 이번 분기에는 그 반동으로 의료비가 늘어나 정부지출이 지난 분기보다 2.2% 늘기도 했다. 공공투자도 지난 3개월보다 0.4% 늘어 2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3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7% 늘었는데 경기가 점차 회복하는 중국과 미국에 자동차와 부품 등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편 기업 투자심리 회복은 당분간은 어려울 전망이다. 3분기 기업 설비투자는 -3.4%를 기록했다. 주로 생산용 기계 투자가 줄었는데 실적 불안이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의욕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투자도 전분기보다 7.9% 줄었다.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 UFJ 리서치&컨설팅 연구원은 “7~9월 성장률은 대폭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정부 지출과 공공투자에 따른 반등 효과가 크다”며 “설비투자는 감소하는 등 내용은 신통치 않다”고 분석했다. 같은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도 “경제는 회복 중”이라면서도 “공격적 (투자)심리로 돌아서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 설비투자 약세에서 드러난다”며 기업 투자심리가 풀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사상 최악의 성장률에 대한 반등으로 3분기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회복세가 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4~6월 미국 GDP 증가율은 속보치 -32.9%를 기록했다가 7~9월 33.1%로 반등한 바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19개국도 2분기 GDP 성장률(-39.5%)의 충격을 털어내고 3분기에는 60.5%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 속 홀로 독주하는 중국의 경우, 1분기 -6.8%로 경제성장률이 잠시 주춤한 이후 2분기 3.2%로 곧바로 플러스로 전환, 3분기도 4.9%로 호조를 이어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으로 경제활동이 제한된 4~6월 위축분의 절반만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연간 총액으로 환산한 실질 GDP는 507조6000억엔으로, 수치상으로는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3분기 정점을 찍었던 실질GDP의 94%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경제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일자리 상황을 나타내는 고용자 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코로나19 사태로 악화한 고용환경을 보여준다.

또다른 변수는 코로나19다. 최근 일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 지난 일주일 하루 평균 138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하루 5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해 긴급사태를 발동했던 지난 4월과 달리,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긴급사태 선포나 고 투 트래블 정책의 재검토에 대해 “아직 그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국내외 감염자 수가 다시 증가세에 있어 연말·연시 (사회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높아지면 경제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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