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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예고된 평화술책? 김정은 '유화 제스처' 배경은

장영락 기자I 2020.06.24 12:35: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갑작스레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예고된 화전양면 전술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남측에 선언했던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앞서 김 위원장 측근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 등을 통해 남측 삐라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강력한 군사대응을 예고한 바 있으나 권력 1인자가 나서서 이를 취소한 것이다.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김 위원장 지시에 북한 군 당국은 신속하게 행동에 나섰다.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 사흘 만에 일부 철거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철원군 평화전망대 전방 북측지역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 10여개를 북한이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예고한 1200만장 대남전단 살포 계획도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선전매체 역시 김 위원장 지시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날 ‘조선의 오늘’, ‘통일의 메아리’ 등 북측 선전매체 홈페이지에서는 대남 비난 관련 기사가 대거 삭제됐다. 이같은 상황은 통일부 역시 확인했다. 전날까지도 강경한 논조의 비난 기사들이 여럿 실렸으나 김 위원장 지시 하루 만에 이미 나온 기사까지 삭제한 것이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나서서 유화 국면을 조성하는 북측 행태는 앞서 김 부부장이 도발 전면에 나선 당시부터 예측된 바 있다. 권력 1인자를 두고 명목상 2인자 지위로 보기도 어려운 김 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대남 도발을 선언한 것부터 이례적인 데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물러난 모양새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충분히 타당한 관측도 나왔으나 북한이 이전까지 해왔던 화전양면 태세의 역할 분담이 남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로 잘 알려진 터프츠대학교 플레처스쿨(국제관계 및 법학대학원) 한국학과 이성윤 교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이후 김정은의 복귀 시점이 북측의 유화 국면이 전개되는 시점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당시 “지금은 김여정이 악역을 하고 오빠 김정은이 무대 뒤에 머물러 있지만 도발 전술이 마무리되고 ‘평화 술책(peace ploy)’이 전개되는 시점이면 다시 김정은이 웃음을 띄면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4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에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남 외교 국면에서 유화-도발 사이클을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이 나눠 맡은 것이라는 분석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김 부부장의 도발 지휘가 “일종의 악역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 부의장은 김 부부장이 도발을 지시한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이 “대남 관계 복원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북 제재 등으로 위기에 몰린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를 김 위원장이 아닌 김 부부장이 맡았다는 분석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2018년 정상회담 당시 동석자 없이 독대까지 하며 개인적인 교류까지 쌓은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것은 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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