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남측에 선언했던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앞서 김 위원장 측근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 등을 통해 남측 삐라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강력한 군사대응을 예고한 바 있으나 권력 1인자가 나서서 이를 취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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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매체 역시 김 위원장 지시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날 ‘조선의 오늘’, ‘통일의 메아리’ 등 북측 선전매체 홈페이지에서는 대남 비난 관련 기사가 대거 삭제됐다. 이같은 상황은 통일부 역시 확인했다. 전날까지도 강경한 논조의 비난 기사들이 여럿 실렸으나 김 위원장 지시 하루 만에 이미 나온 기사까지 삭제한 것이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나서서 유화 국면을 조성하는 북측 행태는 앞서 김 부부장이 도발 전면에 나선 당시부터 예측된 바 있다. 권력 1인자를 두고 명목상 2인자 지위로 보기도 어려운 김 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대남 도발을 선언한 것부터 이례적인 데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물러난 모양새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충분히 타당한 관측도 나왔으나 북한이 이전까지 해왔던 화전양면 태세의 역할 분담이 남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로 잘 알려진 터프츠대학교 플레처스쿨(국제관계 및 법학대학원) 한국학과 이성윤 교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이후 김정은의 복귀 시점이 북측의 유화 국면이 전개되는 시점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당시 “지금은 김여정이 악역을 하고 오빠 김정은이 무대 뒤에 머물러 있지만 도발 전술이 마무리되고 ‘평화 술책(peace ploy)’이 전개되는 시점이면 다시 김정은이 웃음을 띄면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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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등으로 위기에 몰린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를 김 위원장이 아닌 김 부부장이 맡았다는 분석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2018년 정상회담 당시 동석자 없이 독대까지 하며 개인적인 교류까지 쌓은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것은 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