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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신종플루 땐 요란떨던 제약사들 침묵 왜?

천승현 기자I 2015.06.03 16:07:57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백신·치료제 전무..개발 성과도 없어"
제약사들 "상업성 없는데 개발 시도는 무리"
"개발 난이도 낮고 돈 되는 분야만 기웃" 비판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사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술력이 없을 뿐더러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태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복제약(제네릭)을 만들겠다며 요란을 떨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메르스바이러스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등장한 탓에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메르스 질병을 일으키는 주원인인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후보물질을 발견했더라도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 여부를 확인하고 임상1상부터 2상, 3상까지 완료하기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동물실험으로 치료제와 백신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도 “메르스가 최근 등장한 질병임을 감안하면 치료제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현재 ‘인터페론’, ‘리바비린’, ‘로피나비어’ 등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예후를 관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은 당장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할 기술력이 부족한데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치료제를 개발해도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연구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와 비교하면 국내제약사들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시 제약사 10여곳은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복제약 개발에 나섰지만 메르스는 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인풀루엔자에는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가 치료제로 사용되는데 신종플루 유행 당시 환자의 급증으로 타미플루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졌다. 그러자 국내제약사 10여개사가 앞다퉈 ‘타미플루’ 복제약(제네릭) 개발에 착수했다.

타미플루의 특허는 2016년 만료되지만 타미플루 물량이 부족해 강제실시권이 발동되면 제네릭 판매가 허용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다. 타미플루 제네릭 개발에 나선 업체들은 주가도 폭등하는 수혜를 입었다. 결국 타미플루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상당수 업체들은 제네릭 개발도 중단했다.

“제약사들이 개발 난이도가 낮은 타미플루 제네릭 개발에는 열을 올리다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메르스 치료제 개발에는 침묵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사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신약이나 백신 개발에는 적어도 10∼15년의 기간과 1조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성이 불투명한 분야에 영리를 추구해야하는 제약사들이 무턱대고 뛰어들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실제로 미국 제약사 카이론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당시 백신 개발에 착수해 동물실험까지 거쳤지만 임상시험을 앞두고 사스가 소멸되면서 개발을 접었다. 신풍제약은 지난 2011년 말라리아치료제 생산을 허가받았지만 지난해까지 생산실적은 1억원에 불과하다.

김우주 이사장은 “신종 바이러스는 제약회사에 돈이 되는 분야가 아닌 만큼 국가가 정책적으로 신종바이러스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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