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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또 헛다리 짚은 중개업소 단속

김기덕 기자I 2018.08.16 10:12:47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최근 서울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 합동단속반은 또다시 공인중개업소를 급습했다.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현장을 덮쳤지만 예상대로였다. 빈 수레만 요란했을 뿐 단속 실적도 계도 효과도 없었다.

지난 13일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 현장점검반은 8명 3개조로 나눠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중개업소 5곳을 점검했다. 동행하기로 했던 언론 매체 기자들에게 도착 직전까지 행선지를 알려주지 않고, 단속 지역을 중간에 한 차례 바꾸는 등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하나마나한 단속이었다. 이미 집중 단속이 예고된 만큼 서울 잠실 일대 대부분 중개업소가 개점 휴업에 돌입해 문을 연 곳을 찾기가 사실상 힘들었다. 이는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용산·여의도 일대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성실하게 영업을 하는 중개업소만 단속하면서 영업 활동에 지장을 받는 억울한 상황에 몰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할 말은 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9년째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합동단속반이 들이닥치면 과거 매매계약 서류 등을 몽땅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속이 떴다’고 소식이 들리면 손님들도 발길을 끊는다”면서 “특별사법경찰까지 대동해 작정하고 나서는데 버틸 재간이 있겠냐”하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뛴 것과는 달리 매매 거래는 뜸한 상황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 등 잇단 규제로 아파트 매물 자체가 귀해진 상황에서 단 한 두건의 거래에도 시세가 훌쩍 뛰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632건으로 전월 대비 17% 늘었지만, 전년도(1만4460건)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미 수차례 학습효과를 통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틀어막고 시장 심리를 위축시킨다고 집값을 잡지 못한다는 건 국토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엉뚱한 처방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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