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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중금속 검출...정수기 불신확산.집단소송 움직임도

채상우 기자I 2016.07.07 14:29:53

코웨이·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서 금속 물질 검출 잇따라
얼음정수기 구조적 문제 및 품질관리 소홀 원인으로 지목
LG전자·동양매직 등 얼음정수기 업체 긴장감 멤돌아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코웨이(021240)에 이어 얼음정수기 대명사인 청호나이스의 얼음정수기 제품에서도 금속물질이 검출돼 얼음정수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들 정수기 업체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제품은 청호나이스의 ‘이과수 얼음냉온정수기 티니UV 알파’와 코웨이의 CHPI-380N, CHPCI-430N, CPSI-370N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사용되고 있는 얼음정수기는 약 50만대에 이른다. 가족단위 사용자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인구를 감안했을 때 200만명 이상이 얼음정수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청호나이스의 이과수 얼음냉온정수기 티니UV 알파. 사진=청호나이스
정수기 일부 모델에서 금속물질이 잇달아 검출되면서 정수기 제품 전체로 소비자 불신이 번지는 모양새다. 직장인 홍은하(22) 씨는 “여름이라 회사에 있는 얼음정수기를 많이 사용했는데, 얼음정수기 문제가 터지고 나니 불안해서 사용하기 겁나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출근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얼음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최영희(38) 씨는 “집에 있는 얼음정수기가 해당 회사 제품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얼음정수기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일부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정수기 피해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4일 개설된 한 인터넷 카페에는 7일 현재 4000명에 달하는 피해 고객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집단소송 참여인원을 파악하는 공지사항에는 625명이 댓글을 달아 참여를 희망했다.

지난 1994년 발생했던 녹즙기 ‘쇳가루’ 파동이 정수기 시장에서도 되풀이 될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시 소비자단체와 민간연구소가 녹즙기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면서 월 100억원 규모이던 녹즙기시장이 35억원대로 줄어들며 파국을 맞이했다.

얼음정수기는 지난 2003년 청호나이스에서 ‘아이스콤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 아이스콤보는 냉장고에서 얼리는 방식과 같이 정수기 안 냉장고에서 얼음을 얼려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이 제품은 얼음이 떨어지면 다시 얼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후 2006년 지금의 증발기를 이용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급속 냉각이 실현됐다. 이후 지난 2011년 현재 형태의 소형 얼음정수기가 생산되면서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졌다.

얼음정수기 금속물질 검출사태의 원인은 급속냉각을 위한 증발기에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증발기는 원통형 금속관으로 차가운 프레온가스가 흘러 얼음을 급속 냉각시킨다. 냉각된 얼음은 관에 붙어 있어 이를 떼어내기 위해 순간적으로 관에 열을 가한다. 이 과정이 오랜 시간 반복되면 열에 의한 팽창과 수축으로 충격이 증발기에 쌓이게 되고 결국 니켈도금이 벗겨나오는 등 파손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청호나이스는 “금속물질이 검출된 ‘이과수 얼음냉온정수기 티니UV 알파’는 증발기가 물에 담겨 있는 형태가 아니라 증발기 주변으로 물을 분사해 얼리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다”며 “얼음정수기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사용하면 증발기 주변으로 충격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얼음정수기가 여름 가전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청호나이스와 코웨이가 경쟁적으로 판매 전쟁에 들어가면서 생긴 일로 보인다”며 “판매에만 집중하다 보니 품질관리나 품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게 아닌가 싶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얼음정수기에서 검출된 니켈 등 중금속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량으로 음용한 경우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니켈은 발암물질이지만 호흡기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암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음용한 경우에는 위와 소화기관 점막에 손상이 갈 수 있고 다량으로 음용했을 때에는 콩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얼음정수기를 만드는 다른 업체들도 긴장을 하는 모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저희 제품은 냉장고에 장착돼 냉장고 냉기에 의해 얼음이 얼어 해당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지만 소비자들이 얼음정수기 전반에 대해 불신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된다”며 “이번 사태가 소비자가 믿고 마실 수 있도록 얼음정수기 시장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자사의 냉장고에 장착된 얼음정수기는 냉각 방식이 문제가 된 제품과 달라 이번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얼음정수기에 대한 콜센터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제품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더욱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다. 시장이 위축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니켈이 검출된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3종. 왼쪽부터 CHPI-380N, CHPCI-430N, CPSI-370N. 사진=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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