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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끝났습니다"…종로 보신탕 골목, 초복 아침부터 '만석'

이영민 기자I 2023.07.11 16:24:30

11일 이른 오전 거센 장맛비에도
서울 종로 보신탕 골목 찾는 발걸음 '북적'
'개식용' 논란 여전…법 발의돼도 통과안돼
"세대 바뀌면 논란 해소될 것…시장에 맡겨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이걸(개고기) 먹으면 몸이 괜찮아서 매주 한두 번씩 먹는데 초복인 오늘은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해서 일찍 왔어. 보신탕집은 사람들이 안 먹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텐데, 민주국가에서 법으로 막는 건 아닌 것 같아.”

11일 초복을 맞아 시민들이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일대 보신탕 음식점 거리를 찾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초복인 11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있는 보신탕 가게 4곳은 아침부터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거센 장맛비를 뚫고, 손님들은 몸보신을 위해 이곳 가게들을 찾아 개고기 보신탕과 수육 등을 주문했다.

신림동에서 왔다는 김모(60)씨도 이른 오전에 한 가게를 찾아 보신탕으로 식사를 했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은 안 먹고 60~70대들만 찾으니 식당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우리 동네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아서 여기 왔다”고 했다.

부모에게서 가게를 물려받아 55년째 이곳에서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장모(62)씨는 “어제는 탕이랑 수육을 200그릇 정도 팔았다”면서 “가게에 54석이 있는데 오늘도 예약이 벌써 다 차서 이제 더 안 받는다”고 말했다. 그가 잠시 말하는 동안에도 가게에는 예약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그는 “이렇게 개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법으로 금지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개 식용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전통’이자, 오래도록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는 문제다. 법적 모호성 속에 보신탕집 운영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단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행 축산법 시행령은 개를 ‘사람이 사육할 수 있는 가축’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도살과 유통·가공 등의 규정을 담은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에선 개를 식용 목적으로 기르는 축산물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개고기는 원칙상 식품 원료로 인정되지 않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개고기 판매의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발을 빼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와 지자체에선 개 식용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과 조례가 계속해서 발의돼왔다. 올해만 해도 국회에서 태영호 의원, 한정애 의원이 각 4월과 6월에 개 식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고, 서울시의회에선 김지향 시의원이 지난 5월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 식용 금지에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찮아, 아직 어떤 것도 통과되지 않았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개 식용 금지를 위한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다”며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끝났고, 그 실행을 위해 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생존권투쟁위원장은 “개 식용은 먹을 것을 선택할 권리와 연관된다”면서 “법으로 막기 전에 여론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맞섰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더딘 가운데, 일각에선 법 규제가 생기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개고기 소비문화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평소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밝힌 김모(60)씨는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보신탕집들도 문을 닫게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강주연(20)씨는 “반려견을 세 마리 키우는 입장으로서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한다”면서 “개고기 식용에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고 있으니 법이 없더라도 사람들이 개고기를 점차 덜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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