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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동결·차등화 적용”… 압박 수위 높이는 中企·소상공인(종합)

김정유 기자I 2019.06.18 15:08:31

중기중앙회 등 15개 中企단체 공동입장 발표
中企 측은 “최저임금 동결” 주장, 소상공인은 “차등화 우선”
‘고용 축소’하겠다는 中企, “강력한 저항” 예고한 소상공인
30년간 동결 사례 없어, 차등화 적용도 기준없어 우려

[이데일리 권오석 김호준 김정유 기자] “올해는 정말 생존이 걸린 시기입니다. 물 한방울만 더 보태면 넘치는 환경, 즉 소상공인들이 감내할 수 없는 부분까지 (최저임금이) 올랐습니다. 내년엔 최소한 최저임금을 동결시켜야 합니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약 30%나 오른 최저임금이 내년도까지 인상되면 고용을 축소하거나, 대규모 집회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는 등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 바라고 있는 것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차등화 방안 추진이다. 최저임금 논란이 최근 2년간 이어졌던만큼 올해 최임위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中企 “최저임금 동결 최우선”

18일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29.8%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시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어 기존인력을 감원하겠다는 응답도 18.8%를 기록했다. 이처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시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영세(5인 미만) 소상공인들의 경우 기존인력을 감원하겠다는 응답이 39.1%로 일반 중소기업들보다 더 많았다.

이처럼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은 가운데, 최임위는 오는 19일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인만큼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막판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한 이후, 18일에도 중기중앙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들이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어 업계 입장을 전달했다. 우선적으로 ‘최저임금 동결’ 또는 ‘차등화 방안’ 등을 추진하되, 이후 주휴수당 개선 등 전반적인 최저임금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더 이상 국가경제에 악영향 미쳐서는 안 되겠다는 게 중소기업계 의견”이라며 “일부에서는 내년도 임금에 대해 동결 내지 마이너스 의견까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노사 합의를 보는 것이 업계의 뜻이기 때문에 고심해서 성명서를 만들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계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뿐만 아니라 여러 중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노동생산성을 반드시 감안해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배려해 업종과 규모를 반영한 차등화 적용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과 경제상황을 포함시키고 영세·소상공인 업종과 규모를 반영한 구분 적용이 현실화돼야 한다”며 “영세 중소기업의 80.9%가 인하 또는 동결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17일 내년도 최저임금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규모별 차등화 우선” 목소리 키우는 소상공인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對)정부 투쟁까지 서슴지 않았던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을 최우선 아젠다로 들고 나왔다. 이미 최저임금 자체가 한계에 도달한만큼 인상 또는 동결 자체를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최임위 사업자위원)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동결은 이미 엎질러진 물인만큼, 5인 미만 영세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한 규모별 차등화 방안이 핵심”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이미 지불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라도 적정한 최저임금으로 차등화를 적용해야 한다는 희망메시지를 이번 논의에서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은 △규모별 차등화 적용 △일자리 안정자금 실효성 확보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내 월 환산액 표기 삭제 등을 취임위에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사항들을 최임위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지난해처럼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압박도 가했다. 권 부회장은 “최임위가 우리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소상공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집회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근재 공동위원장 역시 “지난해 8·29 대회를 통해 최저임금제 개선을 위해 뭉쳤던 전국 소상공인들이 100만명이 돼 다시 광화문에 모여 강력한 저항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최임위는 19일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오는 27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임위에서 결정되면 오는 8월5일 고시돼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최근 이 같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올해는 각종 경제지표 등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영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만큼, ‘최저임금 동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동결은 말처럼 쉽진 않다. 실제 최저임금 제도를 적용했던 1988년 이후 현재까지 최저임금이 동결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외환위기(IMF) 시절에도 인상됐다. 더불어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화 적용도 사회적인 합의 또는 기준 수립이 어려운 만큼 현실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까지는 아니지만, 동결에 가까울 정도인 낮은 수준의 인상율로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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