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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회장 "김영란법 개정안, '착한선물 스티커'는 코미디"

박경훈 기자I 2017.12.19 14:55:00

모든 제품에 착한 스티커 붙일 것인가? 웃긴 일
음식물 상한액 그대로…소상공인 절대인 음식점 피해 대책 없어
부패 척결 반대하는 사람 없어…'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도입 시급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당장 수십, 수백억 이득을 봤어도 휠체어 타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큰 도둑이 문제죠. 식당에 손님이 안 와 굶어 죽게 만들어 놓는 게 우선입니까?”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19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소상공인에게는 역부족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일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을 정한 이른바 3·5·10 규정을 선물에 한해 농수축산품과 농수축산품 가공물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경조사비는 화환을 제외하고는 5만원으로 상한액을 낮췄다. 관련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한다.

최 회장은 농축수산물 기준에 대해서 ‘웃긴 일’이라고 일갈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격이 10만원 이하인 가공식품이라도 농산물의 함량이 50%를 넘지 못하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과실 농축액이 10% 수준인 과실음료나 농산물 함량이 20% 수준인 분말차, 농산물 함량이 50% 미만인 희석주·일반탁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품목들은 가격이 5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선물할 수 있다.

관련 기준에 대한 혼란이 일자 농식품부는 농축산물을 원·재료로 50%초과 사용한 가공품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착한선물 스티커’를 궁여지책으로 내세웠다. 최 회장은 “모든 대한민국 모든 상품에 착한선물 스티커를 붙일 것”이냐면서 “또 49%면 착한선물이고 51%면 부정한 선물이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먼저 부패방지를 반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번 안도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영세 소상공인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안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의 절대다수를 포함하는 음식물 가격이 유지된 데에 불만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외식업계 경기는 계속해서 좋지 않다”며 “농축수산물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절대다수를 포함하는 외식업계를 살리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상업시설이 밀집한 곳의 타격은 직접적이다.

‘2016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음식점 2037곳 중 ‘유흥상업지’에 있는 한식당 34곳(조사 대상의 2.7%)은 매출이 12.8% 줄었다고 답했다. ‘상업시설’ 지역의 한식당 17곳(조사 대상의 1.4%) 역시 6%가 떨어졌다. 최 화장은 “임대료와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는데 매출이 늘지 않으면 결국 마이너스라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이 되겠느냐”며 “체감 경기는 정말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개정안 중 경조사비가 5만원으로 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간 상한선을 10만원으로 설정해 하나의 기준점이 됐다는 논리에서다. 그는 “음식점과 달리 경조사비는 현찰이 오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뇌물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평가했다. 화환 가격의 상한선이 10만원으로 높아진 것 역시 잘한 결정이라고 봤다. 최 회장은 “그간 경조사에서 난이나 꽃은 뇌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화환을 금고에 넣어놓는 것도 아니고 괜히 화훼농가만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김영란법은 문제가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시각이다. 그는 “진정 부패를 방지하고 싶으면 ‘일벌백계’해야지 지금처럼 부정부패 사범에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소상공인만 잡는 식의 정책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최 회장은 공직자 친인척 특채 및 이권 개입 등을 막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식사나 선물보다 부정부패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에서다. 맺음말로 그는 “젊은 세대는 모르겠지만 기성세대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며 “소상공인을 위해서라도 김영란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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