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4년 동거하며 명절 가족 모임도…혼인신고 하자니 ‘접근금지’ 명령”

강소영 기자I 2023.09.11 15:33:33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이혼 후 30년 가까이 홀로 살아온 남성이 호프집을 운영하는 여성과 만나 4년간 사실혼 관계를 이어가다 혼인신고 이야기를 꺼내자 ‘접근 금지 신청’을 해 황당하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7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남성 A씨가 4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로 지낸 여성에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묻는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예전에 호프집을 한 적이 있어 여성 B씨와 관심사가 비슷해 연인으로 발전했다”며 “당시 일을 쉬고 있어 B씨의 호프집에서 직원처럼 일을 도왔고 결혼을 약속하며 자연스럽게 B씨의 집에서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는 동안 4년이 흘렀고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B씨의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했고 명절마다 가족 모임도 했다”면서 “B씨의 둘째 아들이 군대를 제대한 뒤에는 둘째 아들까지 셋이서 함께 살았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는 자연스럽게 부부로 알게 됐다고. 그런데 B씨는 혼인신고를 하자는 말에 ‘둘째 아들이 졸업하면 하자’ 더니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하면 하자’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 문제로 다툰 후 A씨가 홧김에 집을 나가자 집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

A씨는 B씨의 호프집에도 찾아갔지만 B씨는 경찰을 불렀고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려진 상태다.

A씨는 “B씨를 제 아내라고 생각해 호프집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 건강 상태도 안 좋아졌는데 절 이렇게 대할 줄 몰랐다”며 이같이 문의했다.

이에 대해 최영비 변호사는 “사실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법률혼처럼 혼인관계의 실체를 가지고 있어 법률에 준해서 보호를 받는다”며 “예컨대 부부 중 일방의 유책 사유에 의해서 사실혼이 파탄됐다면 위자료, 즉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씨의 경우에는 단순 동거인지, 사실혼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혼인생활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결혼식 여부, 혹은 ‘부부’라는 호칭을 썼는지, 가족들이 사실혼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또 각자의 가족 모임에 참석했는지 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있는지, 사실혼이 성립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이에 최 변호사는 “오랜 기간 동거하면서 주변에서 부부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했지만 각자의 가족들이 상대방을 배우자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추가로 좀 더 따져봐야 될 것 같다”며 “(B씨의 가족에게) ‘사위’라고 불리는 등 상대방 가족과 사실혼을 전제로 한 카톡이 있는지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봤다.

또한 사실혼으로 인정되면 ‘재산분할’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A씨가 사실상 B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직원처럼 일을 했다고 하니,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상당히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혼 기간이 길지 않아도 그 기여도를 인정받아 재산분할 청구도 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