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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日투자 요청…마이크론 5조원 화답

방성훈 기자I 2023.05.18 16:37:01

기시다, 韓·美·대만 등 7개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면담
투자 요청하며 "보조금 등 정부차원 적극 지원" 약속
삼성 R&D센터 투자계획 설명…"100억엔 보조금 예상"
TSMC·인텔 등도 추가 공장·日업체와 협력 등 언급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대만·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만나 보조금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를 요청했다. 미국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5조원에 육박하는 투자 계획을 밝히며 기시다 총리의 요구에 화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글로벌 반도체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일본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왼쪽부터)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 팻 겔싱어 인텔 CEO,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기시다 총리, 류더인 TSMC 회장,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 플랩 라저 AMAT 반도체부문 CEO. (사진=AFP 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 마크 류 대만 TSMC 회장, 팻 겔싱어 미국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IBM·마이크론 테크놀로지·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벨기에 종합반도체 연구소(IMEC) 등 7개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면담을 가졌다. 일본 측에선 기시다 총리 외에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장관 등이 동석했다.

각 기업 대표들은 일본에서의 투자·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기시다 총리는 보조금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범정부 차원에서 (외국 기업의) 대일 직접투자 확대 및 반도체 산업 지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체인 안정화라는 세계적인 과제와 관련해 논의를 주도하고 (다른 국가들과) 연계를 강화해 나가고 싶다”며 자국 및 해외 기업들간 협력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통 큰’ 투자 계획을 내놨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수년간 일본에 5000억엔(약 4조 8500억원)을 투자해 히로시마 공장을 증설하고 차세대 메모리칩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약 2000억엔(약 1조 93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마이크론은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입 등에 보조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일본에서 연구·개발(R&D)센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300억엔(약 2900억원)을 투자해 요코하마에 R&D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며, 일본 정부로부터 약 100억엔(약 97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일본 내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4760억엔(약 4조 61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으며, 현재 두 번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인텔은 일본의 소재 기업 또는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를 자랑했던 일본은 한국, 대만 등에 밀린 뒤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마련하고 누적 약 2조엔(약 19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일본 내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5조엔(약 145조 6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수천억엔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달 경제재정 운영지침에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면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있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많은 기업으로부터 일본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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