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홍보팀은 18일 ”실라키스 사장은 이사회에서 한국 복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고 아울러 증거 인멸은 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 3월 수입차협회 정기 총회에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면서 다음번 이사회 장소로 자신이 근무하는 벤츠 코리아로 초청했다. ”앞으로 이사회는 회장단 회사에서 개최하자“는 명분도 내놓으면서 첫 번째로 자신의 회사로 결정한 것이다. 수입차협회 이사회는 회장사(현재 FCA 코리아 파블로 로쏘 사장)와 상근 부회장 1명, 3개사 부회장(벤츠, 아우디폭스바겐, 토요타)으로 구성돼 있다.
실라키스 사장은 그리스에서 출생해 1988년 영국 켄트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임페리얼칼리지 경영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1992년 메르세데스-벤츠 그리스에 입사했다. 현지법인 출신으로 월등한 성적을 내면서 승승장구해왔다.
초청자인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왜 불참했나?
업계 관계자는 ”그리스계인 실라키스 사장이 독일 벤츠 본사 임원을 목표로 한국에서 무리(?)한 경영을 하다 뒤탈이 났다“며 ”수입차협회가 수입차 1등인 벤츠 코리아를 지원하는데 미적거린다며 여러 번 공개적으로 협회를 비판하기도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 수입차협회 설립자인 A 부회장의 사임에도 그의 이런 태도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수입차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라스키 사장은 올해 초 협회 부회장에 입후보, 당선됐다. 이후 그가 처음 계획한 일이 벤츠 코리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연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에서 벤츠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이사회를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연 것으로 해석했다“고 전한다.
아울러 그는 현재 360여개 주한 유럽 기업인을 대표하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현직 회장이기도 하다. 그가 속한 ECCK 소속사 관계자는 ”2017년 3대 회장에 부임하면서 벤츠 등 독일차가 주도했던 '디젤 게이트'를 축소하기 위한 로비 창구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유럽 기업을 대표로 한 것보다는 환경부 등 관련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독일차 디젤 게이트 로비 창구였다는 설명이다.
이런 승승장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공교롭게도 실라키스 사장이 3월 협회 부회장에 선임된 직후 벤츠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혐의가 불거졌다. 4월부터 관련 업계의 입방아에 올랐다. 5월 6일에는 환경부가 지난 7년간 국내 시장에 판매한 4만 381대의 벤츠 디젤 차량에서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소위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한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것이다. 과징금 776억원과 벤츠 코리아를 형사고발했다. 이어 5월 27,28일 양일간 이사회 초청 장소인 벤츠 코리아 본사는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을 받았다. 보름이 지난 12일 검찰의 2차 압수수색까지 이어졌다. 과징금 776억원은 지난 아우디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에서 부과된 178억의 과징금보다 4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문제는 책임자인 실라키스 사장이 압수수색 이전에 해외로 출국했다는 점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대표의 출장 일정을 자세히 알 수 없다”며 장기간 출장에 대해 함구했다.
이미 독일에서는 2018년 6월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최고경영자(CEO)가 검찰에 체포됐다.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한 증거은닉 혐의다. 그는 1년 넘게 수감됐었다. 이어 독일 검찰은 벤츠로 향해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수 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아울러 영국 등에서는 벤츠 오너를 중심으로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숫자의 배상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실라키스 사장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검찰이 강제로 한국으로 소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과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드러났을 때도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은 재판 도중 독일로 출국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역시 해외로 출국해 외국인이라 현지서 체포하지 못하는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폭탄은 한국인 고용 사장이 세게 맞았다. 올해 2월 서울지방법원은 '디젤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조작과 배출가스 인증심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게 징역 2년, 배출가스 인증 업무를 담당했던 이사 윤 모 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폭스바겐코리아(AVK)에 벌금 260억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지난 12일에도 벤츠 코리아 본사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벤츠를 고발한 환경부의 관계자는 “실라키스 사장이 독일 제조사의 프로그램 조작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차량 판매를 계속 지시했는지는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에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된 디젤 차량에 임의조작 장치(defeat device)를 설치해 배기가스 테스트를 통과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의조작 장치는 차량 검사 시기를 감지하고,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질소산화물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임의조작 장치는 차량 검사 시기에만 작동하기 때문에 일상 주행 시에는 아무런 규제 없이 질소산화물을 뿜어낸다. 이럴 경우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이 최대 10배 이상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이미 독일 자동차청(KBA)는 2018년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수 만대에 임의조작 장치를 장착,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론은 한국에 안 온다!
9일 열린 수입차협회 이사회에 화상으로 참여한 실라키스 사장은 본인 입으로 '한국 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벤츠 코리아는 ”디젤 배출가스 조작은 억울하다“며 불복 입장을 밝히고 환경부와 검찰에 맞대응을 선언했다.
벤츠 코리아 디젤 배기가스 조작은 법률 전문가인 A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수학한 뒤, 2011년 벤츠 코리아 상무로 영입됐다. 현재 그가 김앤장 등 내로라하는 법률회사와 함께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이끌고 있다. 벤츠 코리아의 디젤 조작 사건과 관계없이 벤츠 판매는 한국에서 여전히 승승장구다. 문제는 법률문제 이외에 ”한국의 법을 무력화하는“ 벤츠 코리아의 구시대적 경영 방식이 수입차 업계 입방아에 오른다. 벤츠 코리아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