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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 듯 러시아와 관계 다지는 북·중,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이명철 기자I 2023.09.21 15:05:13

김정은, 러시아 찾아가 푸틴과 정상회담…11월 평양 재회
왕이 외교부장도 푸틴 회담, 10월 중·러 정상회담 열릴 듯
26일 한·중·일 고위급 회담…연내 3개국 정상회담 여부 주목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미아’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아와 정상회담을 열었고 10월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도 예정됐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영향력을 넓히려고 하면서 반서방 체제인 북·중·러 관계가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앞으로 3국의 행보에 따라 동북아 정세 또한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 후 건배하고 있다. (사진=AFP)


◇中 만난 푸틴 “일대일로 지지”…경제협력 시사


2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외교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 의사를 나타내고 미국이 도모하는 단극 체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이 부장도 “혼잡한 국제 정세에서 일방적인 행동은 지속 불가능하고 패권주의는 인기가 없다”며 “중·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질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 수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난 시기는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연 후 약 1주일 만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푸틴 대통령이 잇달아 주변국의 방문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푸틴 대통령은 또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달라는 중국의 요청도 수락했다. 김 위원장의 11월 북한 평양 초대에도 응했다. 이렇게 되면 푸틴 대통령은 10월과 11월 연속 자리를 비우고 해외 순방길에 나서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담도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호국인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보스토크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국제사회 우려에도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 다지기에 나서는 이유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베트남 등과 협력에도 공들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앙아시아를 러시아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의도적으로 불화를 심으려 하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11월 시진핑·바이든 정상회담 개최 여부 관건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신냉전 체제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크고 북한과의 긴장 국면은 대외신뢰도 등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가릴 것 없는 상태인 북한·러시아와 달리 중국 또한 계산할 것이 많다. 현재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인데 북·러와의 섣부른 군사 협력은 역풍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동북아 정세의 향방을 파악하기 위해선 일단 이달 26일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고위급회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도 이번 회담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3개국 협력 현황을 평가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함으로써 이 지역에 드리워진 ‘신냉전’의 구름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다”며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지역 안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상생, 협력, 공동 발전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지난달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중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양국은 반도체 개발 등의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고위급 회담을 연이어 만들고 있다.

이에 올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예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시 주석도 미국과 관계 회복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지난 19일 시 주석이 2차 세계대전의 미국 참전용사들의 편지에 답장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시 주석은 편지에서 “미래를 보면 중국과 미국은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해 더욱 중요한 책임을 질 것”이라며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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