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효율 34%·데이터전송 50%↑…SK, D램 이어 낸드 '기술력' 과시

이준기 기자I 2023.06.08 15:43:31

세계 최고층 '238단 낸드' 양산…고객사 제품 인증 진행 중
메모리 '업 턴' 앞두고…"원가·성능·품질, 세계 톱 클래스"
전문가들 "시장 점유율 확대 디딤돌" "흑자전환에 긍정적"

[이데일리 이준기 김응열 기자] 지난달 양산을 시작함과 동시에 해외 고객사와 제품 인증 과정에 들어간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 기반 스마트폰·PC용 cSSD(Client SSD) 솔루션 제품은 단순히 단수가 높아진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의 칩으로 만들어 이전 세대인 176단보다 생산 효율이 34% 높아지는 등 원가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 플래시 제품.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8일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기가비트(Gb)로 이전 세대보다 50% 빨라졌다”며 “읽기와 쓰기 성능도 약 20% 개선돼 이 제품을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PC 고객에게 향상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작년 8월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층 낸드인 238단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2020년 12월 당시 업계 최고층인 176단 낸드를 개발한 데 이어 1년 7개월 만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236단 추정)와 미국 마이크론(232단 추정)보다 더 높은 층을 쌓아 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존 176단은 물론 238단에서도 원가, 성능, 품질 측면에서 세계 톱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이 제품들이 하반기 회사 경영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낸드에선 삼성전자와 동급”

현재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불황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1분기 기준 D램 시장에서 미국 마이크론에 2위 자리를 내줬고 낸드 시장에서도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낸드 시장 점유율 3위인 SK하이닉스(15.3%)는 2위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21.5%)와 격차(6.2%)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4위 웨스턴디지털(WDC)(15.2%)과의 점유율 격차는 차이는 0.1%포인트에 불과하다.

(사진=트렌드포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낸드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텔 낸드 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까지 인수했지만 반도체 한파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D램·낸드를 막론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을 본격화, 이르면 올 하반기 메모리 업황 반등과 동시에 펼쳐지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를 연일 던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존 D램 중 가장 미세화된 10나노급 5세대(1b)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DDR5를 인텔에 제공해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인텔 데이터센터 검증을 시작한 건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다.

SK하이닉스의 1b DDR5 서버용 D램 모듈(사진=SK하이닉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 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업계 최고층 제품을 시제품이 아닌 양산했다는 건 기술력이 충분하다는 걸 입증한 셈”이라며 “적어도 낸드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동급의 기술 수준을 갖췄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선단 공정 제품을 먼저 내놓은 기업이 수익을 극대화한 뒤 그다음 최첨단 제품을 다시 개발할 공산이 크다”며 향후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을 점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경쟁사들도 200단 이상 제품을 개발한 만큼 SK하이닉스의 238단 신제품 가격이 특별히 더 비싸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선단 공정을 원하는 수요가 커지면 SK하이닉스가 향후 적자를 벗어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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