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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I 레이싱 정경훈 인터뷰 - '언제나 어디서나 레이스는 즐겁다'

김학수 기자I 2016.11.03 14:06:06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GT-1 클래스 개막전에 출전했던 정경훈은 개막전 이후 KSF로 전향해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그 결과 시즌 3승을 거두며 시즌 챔피언에 오르는 쾌거를 누렸다. 그리고 슈퍼레이스 최종전, 그는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팀의 엔진 엔지니어(비트 R&D)이자 ENI레이싱 팀 소속으로 GT-2 클래스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레이스 최종전이 끝난 후 정경훈은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최명길의 종합 우승과 GT-2 클래스 최종전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최종전이 끝난 현장에서 그를 만나 올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잊을 수 없는 2016 시즌

무척 뜻 깊은 한 해가 된 것 같다는 질문에 “맞다”고 답한 그는 “지난해 슈퍼레이스 최종전에서도 우승을 했었는데 올해도 최종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라며 자신을 ‘먹튀’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정경훈은 슈퍼레이스 최종전 GT 클래스에 출전해 쉐보레 레이싱의 이재우 감독을 꺾고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이재우 감독의 크루즈 레이스카가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강력한 디펜스를 뚫은 운영과 쉐보레 레이싱팀을 꺾었다는 그 자체는 분명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정경훈에게 있어 지난해보다 올 시즌이 더욱 화려한 시즌이 되었다. 그는 “올 시즌은 KSF에서시즌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고, 슈퍼레이스에서는 GT-2 클래스 최종전 우승과 엔진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있는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이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일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2016 모터스포츠 시즌 말미에 3개의 트로피를 얻게 된 것이다.

쓴 소리,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이야기

정경훈은 올 시즌 KSF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의 맏형과 같았다. 인터뷰에 나서서 대회를 옹호하기도 했고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고 그리고 선수들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회에 대한 쓴 소리를 하며 대회의 각성을 바라기도 했다. 특히 대회의 운영에 있어 공정성이 대회의 독단적인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개막전부터 아쉬운 점, 답답한 점이 무척 많았지만 처음에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라며 “KSF를 믿고 싶었고 기다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내 꺾였다. 정경훈은 “그런데 시즌이 갈수록 개선되는 모습이나, ‘개선의 의지’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다만 그 의견을 말하는 상황이 좋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경훈은 “그 이야기는 대회 입장에서는 불쾌한 이야기였겠지만 누군가는 분명 말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본지의 기자들이 없을 때 말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라며 웃었다.

전업 드라이버는 어려웠다

올 시즌 정경훈은 자신의 회사(비트 R&D) 소속이 아닌 다른 팀에 소속된 ‘고용된 드라이버’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겨울부터 ENI 레이싱과의 이야기가 오갔을 때에는 크게 걱정이 없었다”라며 “올해는 ENI 레이싱 소속으로 경기를 출전하며 ‘드라이버 정경훈’과 ‘비트 R&D 정경훈’을 분리해서 레이스와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경훈은 올 시즌 내내 부담과 스트레스와 싸웠다. 그는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며 “흔히 말하는 ‘전업 드라이버’가 되니 팀 내에서 해야 할 행동이 있고, 즐기기 보다는 ‘성적에 대한 집중’이 따르면서 ‘재미’ 보다는 ‘현실’로 다가와 어느 순간 부담이 되기도 했다”라며 전업 드라이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이미 레이스에 한 번 맛을 들린 이상 레이스는 계속 나가고 싶은데, 시리즈 포인트 경쟁이라는 그런 치열함은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라며 레이스에 대한 자신의 태도나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시리즈 포인트에 신경을 쓰는 순간 너무 집중하게 되고, 다른 업무나 활동에 제약이 되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에 대한 도전, 아마추어가 해야 할 일

정경훈은 “나와는 별개로 현재 비트 R&D 이름으로 아마추어 레이스에 나서는 팀이 있는데, 팀원들이 내년에 프로 대회에 출전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팀원들이 출전을 한다면 아무래도 지원을 할 용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레이스에 대한 이해도나 태도’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많은 것 같아 조금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라며 “아마추어 레이스 대회와 프로 대회에서 선수에게 요구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누군가가 나 때문에 프로 무대에 도전하고자 한다’라는 점은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자신으로 인해 더 많은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프로 무대에 도전하길 바란다’라는 이야기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아마추어 레이스에서 나와 비슷하게 달렸던, 혹은 나보다 앞에 달렸던 선수들이라면 ‘나도 KSF나 슈퍼레이스에서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거나 ‘프로 무대는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가질 것 같다”라며 “그렇게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도전하고, 프로 무대에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면 보람 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ENI 레이싱, 슈퍼레이스를 고민하다

GT-2 클래스 최종전에 우승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경훈은 당초 슈퍼레이스 최종전 출전 계획은 없었다. 되려 최종전에서 전력을 다해야 하는 쏠라이트 인디고레이싱팀의 엔진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그 역시 “원래 슈퍼레이스 최종전에는 나올 생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KSF 챔피언 입장에서 슈퍼레이스 GT-2 클래스에 출전하는 것이 부담이 된 건 사실이었다. 그는 “KSF 시즌 챔피언인데 GT-2에 출전해서 성적이 나지 않으면 민망할 것 같고, 게다가 다른 KSF 선수들이 슈퍼레이스 GT-2 클래스에서 호성적을 거둔 것도 있어서 무척 부담된 게 사실이다”라며 속 마음을 이야기 했다. 정경훈은 다행히 ‘여전한 기량’을 뽐내며 최종전 우승을 차지했다.

정경훈은 “이번 출전은 ENI 레이싱 팀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ENI 레이싱 팀에서는 슈퍼레이스 출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래서 최종전에 ENI 레이싱팀이 모두 출전해서 대회의 분위기나 운영, 그리고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ENI 레이싱 팀은 팀의 모든 제네시스 쿠페 레이스카를 출전시켜 최종전에 나섰다.

지난 4년의 커리어, 만족한다

정경훈에게 지난 4년의 커리어에 대해 물었다. 그의 서킷 레이스 커리어는 딱 4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년 동안의 개인적인 평가를 한다면 100점 만점에 85~90점은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 레이스 데뷔 2년 차에 시즌 챔피언에 올랐고, KSF 역시 데뷔 2년 만에 챔피언에 올랐으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지만 본업이 레이스고, 더 일찍 레이스를 시작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며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레이스, 좋아하고 또 계속하고 싶은 대상

정경훈은 끝으로 “처음 레이스를 시작할 때 아내에게 5년 동안만 레이스를 하겠다고 말하고 레이스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4년이 되었다”라며 “자동차는 정말 즐겁고, 레이스는 더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즈 포인트 경쟁이라는 스트레스나 부담 없이 ‘레이스’ 자체를 즐기는 건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며 “지금처럼 전 경기 출전은 힘들어도 어떤 대회든 간헐적인 출전을 하며 레이스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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