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보유국 대만서 전력 경색…글로벌 반도체 산업 위기되나

이소현 기자I 2024.06.11 15:47:56

대만서 최근 7년간 3차례 대규모 정전 피해
"에너지 97% 이상 수입…의존도 높아 취약"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비용 전가될 것"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TSMC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강국인 대만에서의 에너지 위기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만에 있는 TSMC 혁신 박물관에서 TSMC 로고가 보인다.(사진=로이터)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세계 반도체 강국인 대만이 전력 부족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제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등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열풍에 따라 AI 반도체 호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와 애플 등이다. 대만에서 전력 부족에 따른 반도체 생산의 위기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천종순 중화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대만에서 잠재적인 전력 부족과 전력 품질 및 신뢰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 산업에 운영상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많은 에너지와 전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 확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산업은 오는 2030년까지 매출 규모가 현재의 2배에 달할 전망이며, 전력 소비도 237테라와트시(TWh) 소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대만의 반도체 제조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2021년에서 2030년 사이에 236% 증가할 것으로 아틀란틱 카운슬의 글로벌에너지센터는 예상했다.

대만 정부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실제 대만에서는 지난 7년 동안 세 차례의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2022년에 313건의 정전 사고가 났고, 당시 대규모 정전으로 500만 가구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2017년에는 약 700만 가구가 피해를 입은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 한해 동안에도 수많은 소규모 정전이 잇따랐다. 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엔 대만 북부 지역에서 사흘간 여러 차례 전력 부족 사태가 나오기도 했다.

조셉 웹스터 대서양위원회 글로벌에너지센터 선임연구원은 “대만은 에너지 경색과 더 중요한 전력 경색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주로 석탄과 가스에서 공급받는 에너지 수요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국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기에 전력 공급 중단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정전은 부분적으로 노후화된 전력망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만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수요를 증가시키고 공급부족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만은 최근 대규모 산업용 전기요금은 15% 인상한 한편 가정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전기요금은 20년 전보다 저렴하다. 반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치솟으면서 대만 전력회사인 타이파워의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작년 63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고했다.

미셸 브로피 시장정보 플랫폼 알파센스의 연구책임자는 “타이파워는 손실을 보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과 대만 경제 전반에 대한 잠재적 전력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만에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용 전기 요금이 상승함에 따라 더 높은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반도체 제조 속도가 느려지고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대만의 전력 경색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