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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시한폭탄 '숨겨진 부채'…1경원 넘는다

김겨레 기자I 2023.12.06 16:20:25

WSJ "中 부외 부채 최대 1경4400조원"
디폴트 땐 은행권으로 리스크 전이
中당국, 특별채권으로 재융자 나섰지만
"中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 안 돼"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가뜩이나 위기설이 도는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채가 한국 돈으로 1경4000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왔다.

(사진=AFP)


中통계 안 잡히는 부채 최대 1경4000조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의 대차대조표 등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부외’(off-balance-sheet) 부채가 7조~11조달러(약 9100조~1경4430조원)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WSJ은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숨겨진 부채 가운데 4000억~8000억달러(약 525조~약 1050조원) 규모의 채권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막대한 부채와 부동산 침체, 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여 왔다. 특히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지방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행한 막대한 지출과 부동산 침체에 따른 지방 토지 양도 수입 감소로 현금도 고갈된 상태다.

숨겨진 부채의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에서 끌어온 부채다. LGFV는 지방 정부가 도로·항만 등 인프라 개발을 위해 만드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지방정부의 토지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한다. LGFV는 인프라 운영 수익 등으로 채무를 상환해야 하지만 사업 수익성이 낮아 사실상 새 채권을 발행해 돌려막기를 하는 식으로 운영해 왔다.

‘숨겨진 부채’ 디폴트 빠지면 은행 리스크 확산

LGFV 부채가 디폴트에 빠지기 시작하면 신용 시장이 경색되고 지방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으로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은행들의 LGFV 위험노출액이 약 6조9000억달러(약 9057조원)로 은행권 전체 자산의 13%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전날 중국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이같은 영향이 크다.

WSJ은 “중국의 부외 부채 총액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지난 1년 동안 지방정부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했다. WSJ를 이를 두고 “시한폭탄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 당국는 LGFV 부채의 문제를 인식하고 숨겨진 부채를 ‘특별재융자채권’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이는 부채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융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건 라이트 로디움그룹 중국부문 연구이사는 “채권 만기 연장 등은 부채 상환을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한다”며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부채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 재정부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을 두고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지방정부 부채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무디스의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또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피치는 무디스와 달리 중국 신용등급 A+에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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