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아리바이오가 소룩스와 결합하며 우회적으로 상장을 시도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거래소는 일단 우회상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양사가 결합되는 과정에서 아직 주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아리바이오 관계자들은 소룩스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모습이다.
소룩스가 시장의 관심을 끈 시점은 지난 5월 중순부터였다. 소룩스 최대주주인 김복덕 대표가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와 300억원 규모의 경영권 및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였다.
이밖에도 소룩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100억원,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200억원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와 BW는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가, CB는 아리바이오 경영진이 참여한 ‘아리제1호투자조합’이 대상이었다.
공시가 난 5월 15일 소룩스 주가는 즉시 반응해 상한가까지 올랐고, 연이어 16일과 17일 모두 상한가를 이어가며 ‘3연상(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성했다. 16일과 17일은 소위 말하는 ‘쩜상(점으로 찍힌 상한가, 주가 변동이 없어 주가가 차트에 점으로 표시)’일 정도로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
‘3연상’은 ‘경영권 변동’이라는 재료와 함께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아리바이오의 성장 잠재력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시 전 소룩스의 시가총액이 1000억원 미만이었다는 점 역시 주가 변동성을 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소룩스는 5월19일과 5월26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해 경영권 변동 공시 이후 다섯 번의 상한가를 달성하는 진기록을 써냈다. 우회상장 여부를 검토했던 한국거래소가 우회상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시를 낸 다음날(7월 4일) 거래가 재개되면서 다시 한 번 소룩스의 주가는 장 중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소폭 진정되며 23.64% 상승 마감했다.
◇ 조명과 바이오의 만남…시너지냐 우회 상장이냐
독특한 점은 정 대표가 사실상 아리바이오 지분 매각 대금으로 소룩스 경영권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소룩스는 정 대표의 지분과 성수현 전 대표의 지분, 한국산업은행의 지분 등 아리바이오 지분 9.96%를 537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정 대표는 이를 통해 226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물론 이 대금 외에도 정 대표는 300억원 이상을 소룩스에 더 투입한다.
일각에서 사실상 지분 스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며, 한국거래소가 우회상장으로 판단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의 해당 여부 등이 쟁점이 되기도 했다. 아리바이오는 상장을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결국 우회상장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제 양사 주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는 관문만이 남게 됐다.
조명 회사와 바이오 회사의 결합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소룩스는 원전용 특수 LED 조명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곳으로, 바이오 사업 추진을 통해 빛의 3파장을 이용한 새로운 치매치료 기구 개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룩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아리바이오와의 공동 연구와 협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적응증 치료제 신약물질인 ‘AR1001’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 FDA 임상 3상을 끝내고, 2026년 판매승인을 거쳐 2027년까지 시판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 주주들의 동의와 지지가 마지막 관문
정 대표를 비롯한 아리바이오의 임원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소룩스 이사회에 진입했다. 김근호 아리바이오 미국지사 임상담당임원과 송혁 아리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노병구 제이더블유시티 대표가 소룩스 경영진으로 입성했다.
이제 양사의 결합에 남은 것은 주주들의 동의와 지지 여부다. 아리바이오에는 올 1분기 말 기준 삼진제약(5.38%), 메이슨캐피탈-캑터스PE(7.42%), 신용보증기금(0.45%) 등 다양한 투자자들의 자금도 투입돼 있다. 기타 일반 주주도 72.62%에 달한다.
정재준 대표는 “소룩스의 경쟁력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한편, 아리바이오와의 공동 연구와 협업을 통해 빛 융합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와 첨단 전자약 개발을 중심으로 혁신 바이오 사업을 새롭게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