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피켓 든 경기도 소방관, 거리로 나온 까닭은

황영민 기자I 2024.06.05 16:42:35

미지급 휴게수당 반환청구 소송 내달 항소심 첫재판
2600명 소방관 200억대 반환 청구했으나 1심 패소
정용우 위원장 "단순 금전문제 아닌 신뢰의 문제"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5일 점심시간 경기도청 앞.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며 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 속에 주황색 기동복을 입은 소방관 한 명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5일 점심시간 경기도청 앞에서 정용우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 경기본부 위원장이 ‘미지급 휴게수당’ 반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황영민 기자
소방관이 든 피켓에는 ‘소방관 밀린 월급 지급하라. 믿고 기다린 미지급 수당, 시간 지났으니 안줘도 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의 이름과 직함은 정용우 소방장.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소사공노) 경기본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왜 그는 거리에 서게 됐을까.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정 위원장이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2000명이 넘는 경기도 소방관들이 받지 못한 200억원대 ‘미지급 휴게수당’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대법원이 대구 상수도사업소 소속 공무원이 제기한 미지급수당 반환 소송에서 ‘예산 범위와 상관없이 공무원이 일한 만큼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국 각지 공무원들이 초과근무수당을 달라는 소송에 돌입했고 전국 소방관들 또한 이에 동참했다. 경기도의 경우 소송이 한창 진행되던 2010년 2월 경기도 소방관들과 소송 없이 법원 판단을 보고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제소 전 화해’를 약속했다.

법원은 2011년 전국 소방관들이 낸 소송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고 2019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경기도는 소방관들과 제소 전 화해로 약속한 2006년 12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3년간의 수당 750억원 중 379억 원은 1심 판결 후인 2012년, 371억원은 대법 판결이 난 2019년에 지급했다.

문제는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0년 3월부터 2013년 1월까지 2년 11개월간 경기도 소방관들 근무시간 중 2시간이 당시 지침에 따라 휴게시간으로 공제되면서 불거졌다.

경기도 소방관 2600여명은 미지급 수당에 대한 ‘제소 전 화해’가 2010년 2월 이뤄진 만큼 휴게시간으로 공제된 수당을 지급해달라며 지난해 9월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기간 공제된 경기도 소방관 6176명의 수당 원금은 216억원 규모다. 법정이자 111억원까지 포함하면 327억원에 달한다.

반면 경기도는 ‘제소 전 화해’로 약속한 수당은 모두 지급됐고 현재 경기도 소방관들이 주장하는 미지급 수당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1심에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수당청구 소성에서 법원은 경기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경기도)가 제소 전 화해에 2010년 공제한 휴게수당까지 지급하겠다는 취지 의사를 표시하는 언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경기도 소방관들은 즉각 항소에 나섰고, 내달 24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정용우 소사공노 경기본부 위원장은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금전문제가 아닌 신뢰문제”라며 “경기도 소방관들은 조직의 지급 약속을 믿고 기다려왔는데 이제와서 지급 의무가 없다고 하니, 단체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어 “소멸시효가 왠말이냐, 신의성실원칙을 지켜달라”며 “억울한 마음을 호소할 길이 없어 1인 시위까지 나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편, 소사공노 경기본부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경기도청을 비롯한 곳곳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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