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예대금리차 확대로 과도한 이익"...금융권 긴장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차이) 확대가 금융소비자 권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에겐 이자부담을 안기는 반면 금융회사는 과도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게 윤 당선인의 지적이다. 예대금리차 해소를 ‘금융 선진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공약이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은행권은 물론 저축은행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금리는 시장결정 사항”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금융선진화’를 금융 공약으로 내걸었다. △‘코인’ 개미투자자의 디지털자산 안심 투자 환경 마련 △1000만 투자자 살리는 자본시장 선진화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향상 강화 등 세 가지가 세부과제다.

이 가운데 금융권이 주목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 부문이다. 윤 당선인은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반영 속도 차이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로 소비자 금융 부담과 금융회사의 과도한 이익 발생”이라고 적었다. 금융회사들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려 이자이익을 남기고 있는 반면 소비자는 이자부담만 커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 하에 그는 ‘과도한 예대금리차 해소’를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 향상의 첫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론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 도입 △필요시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 및 담합요소 점검 추진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당장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리에 손을 잘못 대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지낸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당국과 업계가 함께 마련한 모범 규준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정해지고 있다”고 했다.

가산금리 높은 저축은행도 ‘긴장’

금융권은 이 공약이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로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지며 여론이 악화해서다. 올해 1월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8%포인트로 전월 대비 0.25%포인트 확대했다. 한달 새 0.25%포인트 이상 격차가 커진 것은 2013년 1월(0.26%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은 시중금리 상승 속에 이자이익을 늘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갈아치웠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26조4129억원)은 전년 대비 13.5%(3조1317억원) 급증했다.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90.3%로 크게 뛰었다.

저축은행 업계도 예대금리차 축소 공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금리산정 체계는 은행권에 비해 여전히 ‘깜깜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출금리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가산금리의 책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은행은 유동성·리스크프리미엄을 월 1회 이상 재산정해야 하고, 간접비용은 매년 새롭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별도의 규준 없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쉽지 않을 듯

국책은행도 윤 당선인의 향후 금융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그는 부산 유세에 나설 때마다 산은 이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산업은행법(제4조)은 본점을 서울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산은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172석의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울을 금융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