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이상기후 등으로 국제 납 가격이 3년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다. 유럽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제련소가 멈추는가 하면 전세계적인 폭염으로 내연차에 주로 쓰이는 배터리 교체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26일 3개월물 납 가격은 한때 톤당 2424.50달러로 2018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납 가격이 급등한 건 ‘전후 최대 재난’으로 불리는 유럽 대홍수로 납 제련소가 가동중단(셧다운)된 탓이다. 독일에선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내린 비가 평소 한 달치 강수량인 150mm에 달했다. 독일 기상청에서 ‘100년 만의 폭우’라 평가할 정도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폭우 피해를 “기후변화의 명확한 징후”라고 봤다.
|
이번 폭우로 독일 납 생산업체 베르젤리우스 슈트르베르크는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불가항력 조항’을 선언했다. 악천후 등 천재지변으로 초래된 생산 지연에 대해선 회사의 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납 15만5000톤을 생산해 유럽 배터리 생산업체에 납품하는 유럽 최대 규모 공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에 납 수요도 급등하고 있다. 전 세계가 열돔 현상으로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내연차용 납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차량 냉방이 늘면 전력 소비가 치솟아 배터리 수명이 짧아진다.
|
기후변화가 납 가격 폭등의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멈췄던 자동차 생산이 재개되면서 납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기존 납 배터리가 리튬이온 전지로 대체된다는 기대와 달리, 전기차를 포함한 대부분 자동차에 여전히 납이 쓰인다. 방향 지시등이나 라이트용 전원에 들어가는 식이다.
가격이 치솟는 와중에도 납 수요는 당분간 높을 전망이다. 영국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매킨지는 자동차 배터리용 납 수요가 올해 650만톤으로 2020년보다 5.9% 늘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