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사고 30주기 합동 위령제…"다시는 이런 사고 없어야"

함지현 기자I 2024.10.21 14:23:00

성수대교 북단 위령탑에서 진행…유가족 등 40여 명 참석
"유족 위로하는 유일한 길,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 만드는 것"
"접근성 떨어지는 위령탑 보완이나 이전해야" 목소리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32명의 숭고한 희생 앞에 다시는 성수대교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고인들의 값진 희생이 결코 헛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김학윤 전 성수대교 유족회장)

지난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쯤 한강에 있는 성수대교 상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다리가 무너지는 광경은 전에 없는 충격이었다. 이 사고로 시민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부실시공과 관리 부실로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형 사고는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21일 오전 서울 성수대교 북단 위령탑 앞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성수대교 붕괴 30주기 희생자 합동위령제…유가족 ‘눈물’

21일 성수대교 북단 IC 주변에 있는 위령탑 앞에서 개최한 성수대교 붕괴 30주기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는 희생 영령을 기리고, 앞으로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를 기원했다.

이번 위령제에 유가족과 무학여고 교직원 및 학생대표, 정원오 구청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희생 영령을 기리는 묵념을 이후 김양수 유가족 회장은 희생자 32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렸다. 이후 김준휘 가수의 구슬픈 목소리로 부른 ‘성수대교’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헌화·분향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어진 추모사에서 김학윤 전 회장은 “성수대교는 1979년 설치 이후 교량유지·보수를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붕괴 조짐이 있다는 일부 언론의 제보에도 그저 맥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던 정부가 한없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30년을 우리의 형제자매, 아버지, 어머니를 가슴에 묻으며 한없이 고통스러워하면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야 했다”며 “유가족들의 단 한가지 소망은 다시는 이 땅에서 이같은 비극적인 참사기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윤 무학여고 학생회장은 총 9명의 무학여자중고등학교 선배를 비롯한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이해인 시인의 위령성월 ‘가신 이에게’ 추모시를 낭독했다. 김 학생회장은 추모식 이후 유가족 중 한 명과 포옹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사죄의 마음으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은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애달파했다. 한 유가족은 “어떤 시기마다 기억이 나는 게 아니라 작별을 못하고 있다”고 했고, 다른 유가족은 “사고를 겪어 본 입장에서 지킬 수 있는 생명을 경시하고 안전불감증도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회와 자원봉사단이 꾸려 놓은 메시지판도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는 “저희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는 이유가 여러분에 있고, 그렇지 못 한 일이 발생할 때도 여러분을 떠올리며 같이 슬퍼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 “30년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참사와 갑작스럽게 맞은 사별이 남긴 상실의 감정이야말로 영원하다는 생각을 한다. 초라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 밖에 없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추모시설 협소하고 접근 불가…위령탑 이전해야”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탑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05년 강변북로 진·출입 램프가 설치되면서 현재 위령탑은 도보나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박주경 한국시설안전협회 명예회장은 “현재 추모시설이 협소하고 시민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며 “성동구와 의회에서 노력을 들여 주변을 아름답게 가꿔 조성했지만, 미국의 911테러 메모리얼 기념관처럼 더 많은 시민이 추모하고 교육의 장이 되려면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거나 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일부 유족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찾아와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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