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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악용" VS "개인정보 최소화" 익명송금 갈등 고조

김화빈 기자I 2022.08.22 15:54:25

핀테크 "금융 취약계층 배려 없는 정책"
경실련 "법에서 정한 100만원 이상 익명 송금 양성화 필요 없다"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카카오페이의 오픈채팅 익명 송금과 관련,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계좌번호·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를 노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는 지난 11일 ‘오픈채팅송금 기능’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카카오페이에 가입한 경우 불특정 다수가 참여한 오픈채팅에서 실명 등 개인정보 없이 돈을 거래할 수 있다. 카카오는 내년 초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오픈링크에서도 서비스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의 익명 송금이 보이스피싱·자금세탁 방지책 강화를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 규정에 따르면, 익명 송금은 선불금 충전 기반의 서비스로 상대방 계좌를 몰라도 카카오톡 계정과 카카오페이 계정만 있으면 송금할 수 있다. 단 계좌 대 계좌로 돈을 주고받는 송금과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충전된 금액은 고객의 전용 계좌가 아닌 페이사 법인 계좌에 쌓인다. 이 돈의 주체가 보낸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바뀔 뿐이다. 송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연관된다면 받은 사람의 계좌 장부 추적이 어렵게 되는 구조다.

그간 카카오 등에서 익명송금이 가능했던 것은 선불전자금융전자업자가 자금이체업을 허가받았기 때문인데 이마저도 허가 장벽이 높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 익명 송금 전 안내 메시지 (사진=카카오)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충전을 이용한 송금·이체를 금지하고 은행 계좌 간 송금·이체만 허용해 자금세탁 등을 방지하고자 한다. 익명 송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전금법 개정안은 2020년 11월 발의된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으로,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소비자는 간편송금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기존 선불전자금융업자도 자금이체업 허가를 받아 송금업무 영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송금 1회 30만원 상한선과 1일 200만원 수취 등 별도의 한도액과 수취일을 당일로 한정해 별도의 안전망을 마련했다고 반박한다. 또 카카오는 금융 사기 방지 서비스 ‘더치트’를 통해 수취인의 사기 이력이 조회될 경우 이용을 제한하고 14세 미만 미성년자 역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페이류의 도용·피싱은 주로 대포폰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은행권에서 사용하는 신분확인 시스템조차 사진 위변조나 사본 유출 시 뚫리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 중 실명확인 후 돈을 보내는 절차를 마련한다고 반발할 게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금융실명거래 3조 2항에 따르면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의한 계속거래, 공과금 수납, 100만원 이하의 송금 등에 대해 무기명이 가능하다”며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 익명 송금을 양성화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선불충전 및 간편송금 이용자의 금융 사기 피해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더치트에 따르면 올해 1~7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페이코 등의 사기 피해 건수는 368건, 피해액은 1억 3800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계좌 발급이 어려운 10대의 익명 송금 사기 피해는 20.4%를 차지했다.

반면 핀테크 업계는 청소년이나 외국인 등 개개인의 사정으로 국내 계좌 발급이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들이 전금법 개정안 때문에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계류 중인 동 개정안의 보완 필요성 등에 대해 자금이체업 관련 내용을 포함하여 다각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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