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국세청, 해외펀드 상대 패소…소송가액 3000억원 넘어

국세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국세청이 최근 5년간 해외펀드들과 벌인 고액 조세행정소송에서도 연이어 패소하면서 3000억원이 넘는 소송가액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행정소송 패소는 국민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을)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소송처리가 확정된 14건 중에서 6건을 패소했고, 이에 대한 확정판결가액은 1조1612억원이다. 패소 건수는 2016년 1건(385억원), 2017년 2건(2143억원), 2019년 3건(620억원) 등 3148억원에 달한다.

해외펀드는 법인세법 제93조의2 및 소득세법 제119조의2에 따른 국외투자기구로 이들을 상대로 하는 조세행정소송은 전체 조세행정소송 대비 매우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패소 건별로 발생하는 소송가액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패소 건수가 늘어날수록 과세 당국이 입는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해외펀드를 상대로 국세청의 패소율과 패소 소송가액의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 의원은 “해외펀드 조세행정소송은 단일 건이기보다는 여러 소송 건으로 파편화돼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관련 소송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으로 인한 변호사 수수료와 패소소송 비용도 추가로 소요된다. 최근 5년간 해외펀드를 상대로 발생한 변호사 수수료는 6억2200만원, 패소 소송비용은 2800만원이 발생했다.

국세청은 올해도 룩셈부르크 SICAV펀드, 독일 데카펀드와 벌인 대법원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면서 해당 2건에 대해 징수한 1600억원 가량의 법인세를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기 의원은 “해외펀드를 상대로 하는 조세행정소송은 건수 대비 소송 가액이 패소할 경우 과세 당국의 피해가 급등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여러 건으로 분산된 소송이 많다보니, 한 건의 패소가 여러 다른 소송의 패소를 도미노처럼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은 소송 케이스 별로 면밀한 대응을 준비해 과세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동민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