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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안 입히는 군대가 어딨냐”…수색 중 실종된 해병대원

이재은 기자I 2023.07.19 19:00:13

장병들, 구명조끼 없이 장화 신고 ‘인간띠’ 수색
해병대 “하천간 도보수색, 지반 내려앉을 줄 몰라”
父 “어제 아들과 딱 2분 통화했다, 물 조심하라고”
“최소한 안전장구도 안 갖춰…명백한 인재(人災)”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경북 예천군 실종자 수색을 진행한 해병대가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장병들을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색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원의 아버지는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며 “구명조끼도 안 입히는 군대가 어딨느냐”고 오열했다.

해병대원과 소방이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관천 수색작업 중 지반 내려앉아…2명 탈출·1명 실종

19일 해병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께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석관천 일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20)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수색 작업 중 지반이 갑자기 내려앉으며 장병 3명이 하천으로 빠졌고 2명은 자력 탈출했으나 1명이 실종됐다는 게 해병대의 설명이었다. 부대는 즉시 소형고무보트를 이용해 현장과 주변 수색에 착수했지만 A 일병은 아직 실종 상태다.

이후 해병대 1사단 측은 이날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으며 이는 공개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구명조끼가 제공되지 않은 이유로는 “물에 들어갔을 때 깊지 않았으며 소방 당국과 협의가 이뤄진 하천간 도보 수색 활동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속이 앉은 상태에서 지반이 갑자기 붕괴할 줄 몰랐다”고 했다.

장병들은 이날 오전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간 띠는 수난 사고 때 119구조대가 활용하는 로프 없이 사람이 일렬로 서서 물속을 걸어다니며 수색하는 방식이다. 사고 당시 보문교 부근에 있던 해병대원 39명은 일렬로 거리를 두고 9명씩 짝을 맞춰 장화를 신은 채 수색했다.

자신이 최초 신고자라고 밝힌 한 주민은 이날 연합뉴스에 “부사관으로 보이는 해병대 간부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와 119신고를 요청해 오전 9시 11분께 신고했다”며 “119 구급대는 체감상 10분 안에 왔지만 이미 떠내려간 뒤”라고 말했다.

해병대는 물속에 들어가는 대원은 휴대전화가 없었고 지휘관에게는 휴대전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간부가 주민에게 달려가 119 신고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소방 당국이 헬기를 타고 실종지점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살이 얼마나 센데…이거 살인 아닌가요”

A 일병의 아버지는 이날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입혔느냐”며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 왜 구명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닌가요 살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도 안 지키니까. 어제저녁에 (아들과) 딱 2분 통화했다. 물 조심하라고, 아이고 나 못 살겠네”라고 절규했다.

군인권센터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군 장병이 대민지원 임무에 투입될 수 있지만 하천에 직접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는 임무를 관련 경험이 없는 일반 장병들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안전 장구를 갖추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구명조끼도 갖추지 않고 장병들을 물속에 투입하게 된 경위도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신고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A 일병이 실종되며 이날 예천 지역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은 일시 중단됐다. 당국은 헬기 11대, 드론 12대, 구조견 9마리, 보트 13대를 투입해 A 일병을 찾고 있다. 수색 범위는 내성천과 낙동강 합류 지점인 하류 40km까지 확대됐지만 A 일병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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