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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바이오 혹한기 뚫고 디파이브테라퓨틱스 40억원 펀딩 성공

김예린 기자I 2022.09.08 17:24:47

합성치사 항암제 개발사, 플랫폼으로 파이프라인 구축
프리 시리즈A, TS인베·하나벤처스·타임폴리오 참여
시장 성장성과 구성원 맨파워에 투자자들 ''러브콜''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합성치사 항암제 개발사 디파이브테라퓨틱스가 TS인베스트먼트와 하나벤처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으로부터 4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기반한 독창적 사업구조와 창업자 등 구성원 맨파워, 합성치사 항암제 시장의 성장성에 투자자들이 주목했다는 평가다.

오용오 디파이브테라퓨틱스 대표(왼)와 김현진 부사장. 사진=디파이브테라퓨틱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파이브테라퓨틱스는 최근 40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TS인베가 리딩 투자사로서 투자를 이끌었고, 하나벤처스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함께 참여했다. 작년 5월 시드단계에서 조달한 15억원 등을 포함하면 누적 투자금은 총 56억원가량이다. 디파이브테라퓨틱스는 이번 투자금을 합성치사 예측·검증 플랫폼 고도화 및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비로 쓸 예정이다.

◇ 정밀의료 가능한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

디파이브테라퓨틱스(이하 디파이브)는 2021년 3월 출범한 합성치사 항암제 개발사다.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는 세포 내 유전자들 가운데 하나의 유전자 결함으로는 세포가 생존하지만, 두 개 이상의 유전자에 동시 결함(변이, 증폭, 결실, 억제, 후성유전학적 변화 등)이 일어나면 세포사멸이 유도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약 개발사들은 해당 원리를 기반으로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세포에서 합성치사 관계에 있는 유전자를 찾고 이를 약물로 억제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쉽게 말해, 세포 내 종양 억제 유전자 A와 합성치사 파트너를 이루는 유전자 B가 있을 경우, 유전자 A가 변이돼 암세포로 바뀌는 경우 유전자 B를 특정 약물로 활성화하지 못하도록 억제해 세포를 죽임으로써 치료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원리를 역으로 활용해 임상에서 유전자 B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에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을 선정하는 방식을 통해 효능 높은 신약을 효율적으로 개발해낼 수 있다. 디파이브는 이러한 방법들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1세대 항암제들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모두 죽이기 때문에 독성이 강해 환자들이 심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내성이 생긴다. 이에 대응해 2세대 항암제로 표적항암제가 개발됐다. 표적항암제는 정상세포와 차이가 나는 암세포의 특정 부분을 타깃으로 삼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내성이 생기고 약효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나타났다.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가 가능한 차세대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디파이브의 목표다.

투자자들은 디파이브가 개발 중인 합성치사 항암제가 기존 표적항암제의 타겟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신약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치료제 ‘린파자’의 상업적 성공 이후, GSK와 BMS, 로슈 등 다양한 빅파마들이 합성치사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보에 관심을 보이면서 바이오텍과의 지속적인 기술이전 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디파이브테라퓨틱스 로고. 사진=디파이브테라퓨틱스 누리집 갈무리
◇ 플랫폼으로 파이프라인 개발해 개발 효율성↑

투자자들은 디파이브가 새 합성치사 관계 유전자들을 예측·평가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접근법에도 주목했다. 디파이브테라퓨틱스는 수천종의 암세포주에서 각 유전자 변이가 세포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유전체 분석 정보 등이 담긴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합성치사 관계 유전자들을 예측해낸다. 아울러 해당 정보를 자사 개발 중인 약물의 치료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자지표) 발굴에 활용해, 약물 반응률이 높은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함으로써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디파이브가 해당 전략을 통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Rev1’ 타깃 합성치사 항암제 (DT-01)다. 대표 합성치사 항암제인 PARP 저해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치료 대상이다. 디파이브는 플랫폼 고도화 및 영역 확장을 통해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뿐만 아니라 추후 국내외 항암제 개발 제약사들과 연구 협력 및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창업자인 오용호 대표와 김현진 CTO가 다경험을 보유한 신약 개발 전문가라는 것도 강점으로 언급된다. 오 대표는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동화약품과 SK케미칼, 일성신약, 아이큐어, 테라젠이텍스 등을 거쳐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았다. 특히 테라젠이텍스에서 AI 신약 테스크포스(TF) 리더를 맡으며 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 전문성도 갖췄다는 평가다.

최근엔 CTO(최고기술경영자)이자 R&D 총괄 책임자로 합류한 김현진 부사장도 영입했다. 그는 미국 UC 버클리 학사, 미국 콜롬비아대 의약합성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글로벌 빅파마 머크(Merck)와 종근당 등을 두루 거친 신약개발 전문가다.

디파이브에 투자한 VC 관계자는 “디파이브는 합성치사 타겟 발굴 시 데이터사이언스를 활용해 실험실 기반의 경쟁사 대비 매우 효율적으로 약물 개발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오용호 대표와 김현진 CTO는 오랜 산업계 경력을 통해 풍부한 신약개발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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