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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中과 400조원 천연가스 수출 계약..양국 밀월↑

김유성 기자I 2014.05.20 15:37:58

파이프라인 설치후 2019년께 가스 공급 시작
러시아, 고립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증진 나서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진영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가 중국과 ‘통 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국간 협력관계를 과시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4000억달러(약 409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천연가스 수출 계약이 합의단계에 이르렀다”며 “장기 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은 220억달러를 투자해 중국까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천연가스 공급은 2019~2020년 사이에 시작되며 공급량은 연간 380억㎥(38조ℓ)가 될 전망이다. 이는 중국 소비량의 23%, 가스프롬 수출량의 16%에 달하는 양이다. 계약 기간은 30년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양국 정부는 가스프롬의 천연가스 수출을 놓고 10여년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앞서 양국 실무진이 협상에 나서 협상 진척 속도가 빨라졌다.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 강화에 발벗고 나선 것은 크림 자치공화국 합병 이후 서구진영과의 관계 악화 등 외교적 고립 현상에 대한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크림반도 합병 과정,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독립 움직임에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푸틴 대통령 측근에 대해 여행 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내리는 등 제재에 나섰다.

러시아가 서구의 빈자리를 메우려면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러시아와의 경제교류가 EU만큼 활발하지 않았던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량은 900억 달러로 적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과 EU의 교역량은 러시아 교역량의 5배, 중국과 미국의 교역량은 러시아 교역량의 3배다. 교역을 증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중국도 러시아의 러브콜에 화답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접어들었다”라고 평가했다. 이를 보여주듯 시 주석은 지난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FT는 러시아가 중국과의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지만 서방 국가들과의‘완전한 단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가스프롬의 서구진영 국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한 러시아 정치 지도자들의 경계심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서방 카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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