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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감전사고는 위험의 외주화 탓…처벌 촉구”

이소현 기자I 2022.01.10 15:20:05

한전 협력업체 근로자 故 김다운씨 추모 기자회견
"원·하청 대표 처벌, 유족에 진심 어린 사과" 요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만2900볼트의 고압 전류를 다루는 작업을 홀로 하다 감전당해 사망한 협력업체 근로자 고(故) 김다운씨의 사고와 관련해 원청인 한국전력(015760)(한전)을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전 실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에 대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전 사고로 사망한 협력업체 근로자 김씨 유족에게 한전이 사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 사고 재발을 막으라”고 촉구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5일 경기도 여주시에서 전신주에 전기 연결 작업을 하던 중 고압 전류에 감전됐으며, 투병한 지 19일 만에 숨졌다.

유족 대표로 참석한 김씨의 매형 A씨는 이날 유족 호소문을 통해 “결혼을 앞두고 행복과 희망에 차 있던 예비 신랑이 서른여덟 살에 짧은 일생을 마쳤다”며 “원·하청 대표와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더는 이런 사회적 살인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발주처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아직도 유족에게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한전과 하청업체는 유족과 전 국민 앞에 사고 경위를 비롯해 진실을 밝히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사고의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고, 직접고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원청인 한전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0명의 전기 노동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는 “2020년까지 회로 차단 전환 스위치(COS) 투입·개방 작업은 원래 한전 정규직 노동자가 하던 일이었다”며 “한전이 할 때는 적정 작업시간을 갖고 활선 차량을 동원해 2인 1조 작업을 할 수 있었지만, 하청이 맡으면서 이런 지침이 지켜지지 않아 이번 사고가 일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씨가 한 작업은 한전의 안전 규정상 ‘2인 1조’로 해야 했지만, 한전의 협력업체 소속이었던 그는 혼자 10m 넘는 높이의 전신주에 올라가 작업하던 중 변을 당했다. 당시 김씨는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으며,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등 안전장비도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노조는 “전날 한전이 발표한 사고 관련 안전대책 내용은 새로울 게 없었다”며 “오히려 한전 측은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의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고 규탄했다.

앞서 김씨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9일 공식으로 사과하고 작업자의 전력선 접촉(직접활선) 작업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지만,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씨 유족과 건설노조 측은 이날 기자회견 뒤 김씨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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