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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변이 지속되고 실업급여 중단…美성장률 타격 불가피

김무연 기자I 2021.09.07 15:32:20

골드만삭스, 올해 GDP성장률 5.7%…3%p 하향 조정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3분기 성장률 크게 낮추기도
델타 확산, 서비스업 타격…실업급여 중단에 가계 지출↓
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 제기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인도발(發) 델타 변이 확산 영향으로 미국 경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도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 성장 둔화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7%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 8월 말 발표된 예상치인 6%보다 0.3%포인트(p)나 낮은 수치다.

앞서 대다수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일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5% 에서 2.9%로 크게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7.0%에서 4.5%로, 웰스파고는 8.8%에서 6.8%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중국의 GDP 성장률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과는 상반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사진=AFP)


델타 변이 확산에 서비스업 휘청…고용도 악영향

전문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춰 잡은 가장 큰 이유로는 델타 변이 확산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이스라엘 및 유럽 일부 국가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열면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종식되는 듯했다.

그러나 7월부터 델타 변이에 따른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수그러들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다양한 기업들이 하반기로 예정됐던 사무실 복귀를 내년 초로 미뤘다. 대규모 공연이나 행사, 축제는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여행 수요도 대폭 꺾였다.

서비스업 타격은 고용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3일 발표한 고용 보고서에서 8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가 23만5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직전 달인 7월 신규 고용(105만3000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8월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것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레저·접객 분야 일자리 증가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 분야는 지난 6월과 7월 당시 각각 39만7000명, 41만5000명 급증했지만 8월 신규 고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 서비스업(13만6000명→1만4000명)과 소매 서비스업(-8만명→-28만5000명)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미국 미시시피주 노스 잭슨에서 한 남성이 실업수당 신청서를 건네받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연방정부 실업급여 중단…테이퍼링 가능성도 걸림돌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점도 경제성장률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하고 나선 데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조만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존에 주정부가 지급하는 실업수당 외에 매주 300달러(약 35만원), 한 달 기준으로는 1200달러(약 140만원)의 실업수당을 별도 지원해 왔다. 그러다 지난 6일을 끝으로 실업수당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약 700만명이 연방지원 정부의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고용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실업수당이 구직 의욕을 저하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지원을 중단이 불가피했단 설명이다. 반면, 갑작스러운 실업수당 지급 중단이 소비 절벽 등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염려도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사추세츠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실업수당 지원 중단으로 내달까지 가계 지출이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이퍼링 지급 시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6일 진행한 잭슨 홀 미팅에서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냉각된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만큼 테이퍼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AFP)
◇ 커져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이에 따라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테그플레이션이란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공급망 회복세가 더디므로 크리스마스 전후로 다시 한 번 강한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라면서 “한때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적절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대했지만, 그 전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날이 갈수록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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