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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방중(訪中) 숙제' 어떻게 풀까

장영은 기자I 2016.06.03 16:16:36

리수용 방중 사흘만에 귀국…시진핑·쑹타오와 면담 등 북중 관계 개선 물꼬
中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친선관계 강조…北 비핵화 의지가 '관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과 중국의 고위급 교류가 3년만에 재개되면서 향후 북중 관계 흐름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수용 북한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전격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하고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 등과 회담한 후 2일 다시 평양으로 돌아왔다.

길지 않은 일정이었으나 리 부위원장의 방중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리 부위원장은 올해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북한 고위급 인사였다. 북측 인사가 시 주석을 만난 것은 지난 2013년 5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 이후 3년 만이었다.

◇ 북중 ‘친선관계 전통’ 강조…핵 문제에는 ‘이견’

우리 정부는 이번 리 부위원장의 방중을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간의 의례적인 교류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이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북중 관계가 북한의 비핵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는 우리 정부의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의 외교 사령탑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인 리 부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났다는 것은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확실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며 대중(對中)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오는 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전략경제대화’에서는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중국의 전략적 카드인 북중 관계를 과시하기엔 최적의 타이밍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일자 사설에서 “중북 우호의 견지가 동아시아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사설을 실은 것은 중국측의 이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구시보는 “(리수용 방중으로) 중조 모두 양국 전통 우의를 유지하고, 현재 관계를 누그러뜨리려는 희망을 분명히 했다”면서, 양국 대립을 조장해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외부 세력이 많은 상황은 “중조 양국 모두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리수용의 이번 방문은 중조가 모두 이성적으로 이 같은 함정을 피해가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중북 관계로 인해 대가를 치렀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의가 중국 안전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져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집권 5년차 맞은 김정은 중국행 결단 내릴까…北 태도 변화가 관건

하지만 이번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이 김정은의 방중이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중간 대화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대회 이후 외교 성과를 과시하고 대북제재 국면의 빈틈을 만들어야 하는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북중 관계를 과시해 미국에 전략적 우위를 점하려는 중국이 만들어낸 이벤트에 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북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결국 북한이 북중관계 개선이나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인 의지만 보인다면 북중 정상회담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일 내 열릴 수도 있다”고 봤다.

오랜만에 관계 개선 모멘텀을 잡은 북한과 중국이 탐색전을 위해 당(黨) 혹은 문화·체육 등 민간 차원의 후속 교류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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