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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시아차르 "중국과 치열한 경쟁"…한국 쿼드行 우회적 요구

이정훈 기자I 2021.05.27 13:28:46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
"對중국 `관여` 시기 끝나…새 전략의 패러다임은 경쟁"
"적극적 강대국 역할 마음 먹은 中, 美 정책변화에 책임"
"韓·日 등 힘 필요, 쿼드 문 열려 있다"…우회적 참여 요구
올 가을 `中 견제할 인프라전략` 주제 쿼드 대면회의 추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더 긴밀하게 통제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경쟁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미국 백악관에서 아시아 정책을 담당하는 최고 관리인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이 경고했다.

또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쿼드(Quad)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한국의 쿼드 가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對)아시아 외교 실무 책임자라는 의미로 `아시아 차르(러시아어로 황제라는 뜻)`로 통하는 켐벨 조정관은 이날 스탠더프대가 주최한 한 화상회의에 참석, “중국과는 그동안 `관여(engagement·적극적으로 상대함)`라는 용어로 표현되던 시기가 끝났다”고 선언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제 새로운 전략적 변수 하에서 운영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경쟁이 될 것이며, 양 국간 관계는 치열한 경쟁의 시기에 접어 들었다”고 강조했다.

캠벨 조정관은 중국이 인도와 국경을 두고 벌인 군사적 충돌과 호주에 대한 경제 제재, 중국 외교관들이 강경발언을 하는 걸 지칭하는 늑대전사(전랑·戰狼) 외교 등을 거론하면서 “시 주석 하에서의 중국 정책이 미국의 정책 전환에 큰 책임이 있다”며 미국 스탠스 변화가 중국으로 인한 것임을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중국의 행동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신호”라고 진단하면서 “이는 즉 중국이 글로벌 강대국으로 전환하겠다는 생각임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캠벨 조정관의 직설적인 언급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날 정보당국에 코로나19의 기원이 어디인 지 확인하는 노력을 배가하라고 지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현재 코로나19 기원을 두고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주장과 자연발생적이라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문에 중국 측이 반발하는 가운데 캠벨 조정관의 대중국 정책 인식은 두 나라 간의 긴장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그는 “시 주석이 미·중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핵심”이라고 언급하며 “시 주석은 매우 이념적이지만 감상적이지 않고, 경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캠벨 조정관은 이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질서에 편입돼 있는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역할을 더 많이 하길 원하는 다른 국가들의 힘이 필요하다”면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해 사실상 우리나라에 우회적인 쿼드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쿼드는 상상의 단체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우리와 공조하고 싶은 국가들이 있다면 일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캠벨 조정관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인프라 전략을 주제로 올 가을 쯤 쿼드 대면회의를 열고자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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