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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상 신라젠 대표 지분 대량매도…세금납부·채무변제용?

이명철 기자I 2018.01.05 17:35:37

보호예수 끝나자 지분 대량매도
5일 뒤늦은 입장문 발표에도
특허출원 실패 등 의혹…불확실성 커질 듯

최대주주 지분 매도에 대한 신라젠 입장문.(이미지=신라젠 홈페이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스닥시장 상장 1년여만에 시가총액 3위까지 오른 신라젠(215600)의 최대주주측이 성급한 지분 대량 매도로 주가 랠리에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단순 필요 자금 조달을 위한 지분 처분이었다는 해명에도 임상실험 중단 같은 흉흉한 소문이 나돌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날인 4일 신라젠 주가는 전일대비 10% 이상 떨어진 9만2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10만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지만 돌연 급락세에 시장에서는 의문이 증폭됐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같은날 공매도 거래량은 30만주 가까이 몰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장 마감 후 회사는 지분 변동 공시를 통해 문은상 대표이사를 비롯한 특별관계자 9인의 지분율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21.52%에서 17.58%로 3.94%포인트(271만3997주) 감소했다고 밝혔다. 세부 내역을 보면 문 대표의 지분이 2.75%(약 189만주) 감소했다. 이중 33만여주는 문 대표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의 주식 매도에 따른 것이지만 문 대표 본인도 약 156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지난달 6일 보호예수가 해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지분을 팔아 현금화한 것이다. 주당 처분 단가는 약 8만4800원으로 총 금액은 1300억원이 넘는다. 이 회사 임직원들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가액이 3000~4000원대임을 감안하면 차익은 수십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모가(1만5000원) 대비로만 따져도 6배 가까운 수익률이다. 문 대표 특수관계인들도 회사 주식 약 82만주를 팔아치웠다.

지금까지 신라젠의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상장 당시만 해도 25%가 넘었지만 현재 8%포인트 이상이나 줄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문 대표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주식 매도는 문 대표 본인은 물론 친인척으로 구성된 특수관계인까지 매도에 합류하면서 숨겨진 악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대주주측 매도가 본격화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공매도는 135만주 가까이 거래됐다. 지난달 22일에는 최근 6개월 새 세 번째로 많은 40만2000여주가 거래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종목 게시판 등에서는 임상 실패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신라젠의 미국 자회사가 개발하는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제 펙사벡의 특허 출원이 실패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공시 이튿날인 5일에도 장 초반 주가가 7% 가량 떨어지면서 의혹이 커지자 회사측은 홈페이지 입장문을 게시를 통해 이번 주식 처분은 문 대표의 국세청 세금 납부와 채무 변제를 목적으로 불가피한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특허 출원 실패에 따른 임상 중단 소문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회사측은 특허 출원과 심사과정에서 거절 결정은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라 분할 출원, 계속 출원 등 방법을 통해 펙사벡에 대한 해당 특허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구체적 권리항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기술 권리 보호가 특허보다는 제조 관련 영업 비밀(Trade secret)로 수행돼 펙사벡 특허 무효성을 함부로 추측해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본질 가치인 펙사벡 관련 모든 임상과정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며 악의적 루머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회사가 적극 임상 중단 우려를 부인하면서 주가도 반등했고 이날 8% 이상 오른 1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상장한지 1년여만에 최대주주의 대량 지분 매도는 앞으로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 바이오 상장사 관계자는 “임상을 자체 수행하는 신라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탄탄한 자금 지원과 인적 자원의 지속 여부”라며 “대주주 변동성이 커지면 시장의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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