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신약 특허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저가 제너릭(복제약)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린 대형 제약사들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기 저금리 덕분에 값싼 자금을 얻기 쉬운데다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법인세 회피를 위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수요까지 겹친 것도 기업체 ‘몸집 불리기’를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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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제약사 중 하나인 다이이찌 산쿄(第一三共)는 28일(현지시간) ‘퀴자티닙’이라는 백혈병 치료용 신약으로 알려진 미국 제약업체 앰빗 바이오사이언스를 4억1000만달러(약 4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산쿄는 앰빗 보통주식 1주당 15달러씩을 지불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주말 종가인 8.20달러보다 무려 83% 가까운 프리미엄(웃돈)을 얹은 것이다. 또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면 앰빗 기존 주주들에게 주당 4.50달러씩 현금을 추가로 보상하기로 했다.
향후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 된 다이이찌 산쿄는 자회사와 앰빗을 합병시켜 앰빗이 최종 임상실험 직전까지 개발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신약을 시판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제약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사를 매입하고 있다. 이처럼 덩치를 키우고 신약을 확보하기에 혈안이 된 제약업계 M&A 붐은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사상 최대 M&A 눈앞..美서 日·EU까지 영토 확장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제약업계 M&A는 총 25건이며 그 규모는 2630억달러(약 27조69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전세계 M&A의 10%에 해당된다. 또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보다 50% 이상 늘었고 2012년 M&A 규모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미국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가 와이어스(Wyeth)를 인수하고 미국 머크(MSD)가 쉐링푸라우를 인수하던 지난 2009년을 넘어 사상 최대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 메드트로닉스사가 미국 코비디엔을 459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앨러건도 캐나다 밸리언트를 같은 금액에 사들였다. 이밖에 스위스 로슈가 미국 인터뮨을, 독일 머크가 미국 시그마-올드리치를, 영국 그락소스미스클라인이 스위스 노바티스 백신사업부문을 각각 인수하는 등 M&A 붐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화이자는 영국 아스트라 제네카에 이어 아일랜드 액타비스까지 인수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어 M&A 규모는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붐이 올해에만 반짝하지 않고 앞으로 수년간 제약업계에서 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앤파트너스에서 생명과학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피터 영 대표는 “제약업계에서는 자본과 자산을 확대하는 일이 시대적 추세가 되고 있다”며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분간 M&A보다 매력적인 전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제약업체들의 기업공개(IPO) 붐과 제약과 바이오테크놀러지간 융합 등도 이같은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최소한 2~3년간은 M&A 붐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